넷 모두 잘 싸웠다..권순우는 벽을 깼다
캐나다에 1-2 분패, 기대 이상 선전
에이스 권순우, 세계 10위권 첫 격파
15일 세르비아 18일 스페인 상대
한국 남자 테니스 대표팀이 15년 만에 밟은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첫판에서 아쉽게 졌다.
박승규 감독(KDB산업은행)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2022 데이비스컵 테니스 파이널스 조별리그(2단 1복식) B조 1차전 캐나다와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데이비스컵 파이널스는 세계 16개국만 참가하는 테니스 국가대항전이다. 16개국이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 뒤 각 조 상위 2개국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 우승팀을 가린다.
한국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파이널스 예선 홈 경기에서 오스트리아에 3-1로 승리, 이형택이 주축으로 뛰었던 2007년 이후 15년 만에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1981년과 87년, 2007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다.
한국은 16개 팀 중 전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첫 경기부터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했다. 이날 2단식에 출전한 에이스 권순우(74위·당진시청)가 세계 랭킹 13위 펠릭스 오제알리아심을 2-0(7-6〈7-5〉, 6-3)으로 꺾었다. 하지만 1단식과 복식에서 무릎을 꿇었다.
1단식과 복식 모두 너무나 아쉬웠다. 1단식에 나선 홍성찬(467위·세종시청)이 배식 포스피실(141위)에게 1-2(6-4 1-6 6-7〈5-7〉)로 졌다. 홍성찬은 포스피실을 상대로 3세트 게임스코어 3-0, 타이브레이크 5-4까지 리드를 잡았지만 끝내 포효하지 못했다. 박승규 감독도 "홍성찬의 단식 패배가 너무 아쉬웠다. 다 이긴 경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복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송민규(복식 223위·KDB산업은행)-남지성(복식 234위·세종시청) 조는 오제알리아심(복식 194위)-포스피실 조에 1-2(5-7, 7-5, 3-6)로 졌다. 3세트 게임 스코어 3-1까지 앞서다가 내리 5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박 감독은 "복식에서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잘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권순우가 '벽'을 허문 것은 큰 성과였다. 권순우가 2단식에서 꺾은 오제알리아심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다. 최근 막을 내린 US오픈 64강에서 잭 드라퍼(영국)에게 패해 랭킹이 5계단 하락했을 뿐, 오제알리아심은 최근까지 톱10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한국 남자 테니스 에이스인 권순우는 국제대회에서 톱랭커를 만나 번번이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세계 랭킹 10위권 선수를 상대로 첫 승리를 따냈다. 이전까지 권순우가 꺾은 최고 랭킹 선수는 2019년 뤼카 푸유(프랑스), 2020년 두산 라요비치(세르비아)로 당시 두 선수의 세계 랭킹은 모두 24위였다. 이날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권순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1세트 초반 0-3으로 끌려갔는데 이후 상대에게 적응하면서 공격적으로 풀어간 것이 주효했다. 오늘 국가대항전이어서 간절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랭킹이 파이널스 국가 가운데 가장 낮지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첫 경기에 어려운 상대와 겨뤘지만, 자신감을 더 얻었다. 이 승리는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15일 밤 11시 세르비아와 맞붙는다. 세르비아 대표팀에는 노박 조코비치(7위)가 빠졌으나 미오미르 케츠마노비치(33위), 필리프 크라이노비치(41위) 등 상위 랭커가 포진했다. 18일에는 US오픈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나서는 스페인과 마지막 3차전을 벌인다. 송민규-남지성 조는 "캐나다전을 통해 상대국들이 우리를 얕잡아보지 못할 것"이라며 "남은 두 경기에선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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