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 영화' 거장 고다르 감독, 91세 일기로 별세

윤현 2022. 9. 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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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영화사를 이끈 프랑스의 거장 감독 장뤼크 고다르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다르 감독은 클로드 샤브롤, 에리크 로메르,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 등과 함께 1960년대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누벨바그(nouvelle vague·새로운 물결) 운동을 이끈 선두 주자이자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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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서 안락사 선택.. 마크롱 "국보 잃었다"

[윤현 기자]

 프랑스의 영화 거장 장뤼크 고다르 감독 별세를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현대 영화사를 이끈 프랑스의 거장 감독 장뤼크 고다르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다르의 측근들은 13일(현지시각) 스위스 로잔 인근의 소도시 롤레의 한 자택에서 배우자 안느 마리 미비유 등 가족과 친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히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얼마 후 가족 대표는 고다르 감독이 안락사로 사망했다며 "아프지는 않았으나 많이 지쳐있었고, 그는 끝내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스위스에서는 제한된 조건에 따라 안락사가 합법이다.

고다르 감독은 클로드 샤브롤, 에리크 로메르,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 등과 함께 1960년대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누벨바그(nouvelle vague·새로운 물결) 운동을 이끈 선두 주자이자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고다르 감독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성명을 내고 "그는 현대적이고 자유로운 작품들을 만들었고, 누벨바그 영화인 중 가장 상징적인 관습 파괴자이자 천재였다"라며 "우리는 국보를 잃었다"라고 추모했다.

점프 컷·핸드 헬드... 고다르가 보여준 '영화 충격' 

대학에서 민족학을 공부하다가 단편 영화를 만들며 감독의 길로 들어선 그는 1960년 발표한 갱스터 로맨스 <네 멋대로 해라>로 영화계를 뒤흔들었다. 

고다르 감독은 장면이 급작스럽게 전환하는 '점프 컷',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어 화면이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 등 당시만 해도 금기시되던 영화 기법을 대거 동원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불어넣었다. 

이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은곰상)을 받았고,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 장 폴 벨몬도는 엄청난 스타가 됐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고다르 감독은 1961년 <여자는 여자다>, 1964년 <국외자들>, 1965년 <미치광이 피에로>를 제작하며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고 1965년 <알파빌>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1970년대 들어서는 더 이상 상업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한동안 정치적인 작품만 만들기도 했다.

프랑스인 의사 아버지와 스위스 은행가 집안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살아왔으나 좌파 사상과 반전 운동을 강조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평단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타란티노 "음악에 밥 딜런 있다면 영화엔 고다르"
 
 프랑스의 영화 거장 장뤼크 고다르 감독 별세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 뉴욕타임스
 
고다르 감독이 전성기에 보여준 영화는 수많은 거장에게 영감을 줬다. <택시 드라이버>의 마틴 스코세이지, <펄프 픽션>의 쿠엔틴 타란티노, <부기 나이트>의 폴 토마스 앤더슨 등 감독은 물론이고 알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 등 배우들도 큰 영향을 받았다.

타란티노 감독은 "고다르 감독은 재미와 자유, 규칙을 깨는 기쁨을 가르쳐준 사람"이라며 "음악계에 밥 딜런이 있다면, 영화계에는 고다르가 있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고다르 감독의 작품은 정해진 형식을 부서뜨리고, 항상 신선하고 재치 있으며, 때로는 난해하지만 관객을 끊임 없이 자극했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 방송도 "고다르 감독은 영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한 명"이라며 "기존의 영화가 갖고 있던 것을 모두 앗아가고, 구식 스타일을 완전히 끝내버린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은 고다르 감독에게 평생 공로상을 수여했으나, 그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시상식에 불참했다. 한편, 고다르의 가족은 비공개 장례를 치를 것이며, 유해는 화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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