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친환경 그린 수소는 환상

2022. 9. 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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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가 탈원전·탄소중립을 핑계로 무작정 밀어붙였던 '수소경제'의 열기가 도무지 식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가 원전의 전기를 이용해서 수소를 생산하겠다고 밝혔고, 태양광·풍력 발전을 이용한 친환경 수소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뜨겁다.

수소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연료라는 주장은 억지다.

천연가스(LNG)에서 떼어낸 개질(改質) 수소 1t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5.5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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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에너지 전달물질일뿐, 온실가스 배출 LNG와 같아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도 오폐수 쏟아내는 反환경기술

지난 정부가 탈원전·탄소중립을 핑계로 무작정 밀어붙였던 ‘수소경제’의 열기가 도무지 식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가 원전의 전기를 이용해서 수소를 생산하겠다고 밝혔고, 태양광·풍력 발전을 이용한 친환경 수소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뜨겁다. 탈원전의 선봉에 섰던 산업부도 수소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들먹이고 있다. 정부가 세금으로 시장을 만들어놓으면 민간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 산업부의 엉터리 경제 논리다. 일부 기업들은 외국의 낯선 전문가들까지 불러들여서 요란한 잔치판을 벌이고 있다.

수소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연료라는 주장은 억지다. 천연가스(LNG)에서 떼어낸 개질(改質) 수소 1t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5.5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설비에 따라서는 20t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온실가스에 관한 한 개질 수소는 LNG의 직접 연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셈이다. 개질 수소를 생산하는 충전소의 외벽을 푸른색으로 칠해 놓는다고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질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고 수소의 색깔이 ‘블루’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굴뚝에 포집 장치를 부착한다고 석탄 화력이 친환경 발전소로 바뀌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색·무미의 기체인 수소를 온갖 화려한 색깔로 포장해서 국민을 속이려는 시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전기를 이용해 ‘깨끗한’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水電解)’가 친환경 기술이라는 주장도 황당한 억지다. 고등학교 수준의 화학 지식만 있어도 알 수 있다. 깨끗한 물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로 전기분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나무토막이나 플라스틱으로 전기회로를 만들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수전해 기술을 활용하려면 물을 전기가 통하는 ‘도체’로 만들어야 한다. 물에 녹으면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분리되는 소금(鹽)·산·염기와 같은 전해질을 넣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모든 전해질은 부식성이 강하고, 환경을 심하게 오염시킨다. 결국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은 깨끗한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친(親)환경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더러운’ 오폐수(汚廢水)를 쏟아내는 반(反)환경 기술이라 해야 한다.

인화·폭발성이 강한 수소는 안전하지 않다. 수소 폭발의 참상은 기록으로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1937년 비행선 힌덴부르크호에서 발생한 수소 폭발로 36명이 사망했다. 2019년에는 강릉에서 일어난 작은 수소 탱크의 폭발로 끔찍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수소 충전소는 안전하다는 산업부의 주장도 엉터리다. 말이 씨가 된다고 실제로 핀란드 오슬로 근교의 수소 충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국회의사당 앞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고, 수소 운반용 대형 튜브 트레일러가 고속도로를 내달리도록 허용해준 정부의 배짱이 놀랍다.

수소는 석탄·석유처럼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연료’가 아니다. 천연가스(메탄)·암모니아·물에서 비용과 오염을 감수하고 생산해야 하는 ‘에너지 전달물질’일 뿐이다. 그런 수소가 탄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라는 2002년 제레미 리프킨의 주장은 선무당의 억지 주장일 뿐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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