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파업독려 나선 금융노조.."카카오는 15%, 우리는 1.4%"
노조 "부자감세 해놓고 물가상승 책임 우리가 지나"
파업 참여율 저조 우려에.."투쟁은 당연한 권리"
이날 오후 2시에는 은행연합회 인근서 기자회견도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이민우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앞두고 내부 노조원들을 상대로 파업동참 설득작업에 나섰다. 파업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투쟁 동력을 높이고 동참인원을 늘리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노조는 지난 8일 소속 노조원들에게 ‘카카오는 15%, 우리는 1.4%?’라는 내용의 소식지를 보냈다. 한국은행의 전망대로 물가상승률이 5.2%를 기록했는데 사용자 요구대로 임금인상률 1.4%를 받아들이면 실질임금은 3.8% 줄어든다는 게 글의 핵심이다.
금융노조 측은 은행 실적이 준수했음에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5년 연속 10조원 이상 수익을 올리고 있고 올해 상반기 일반은행 순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0%를 넘었을 정도로 여력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또 전기나 정보통신업의 생산성 지표를 언급하며 노동비용이 비슷한 타업종과 비교하면 금융산업의 생산성은 월등히 높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 근무(주 4.5일제),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인상률로 1.4%를 제시하고 있어 견해차가 크다. 이에 금융노조는 오는 16일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가 기폭제로 작용했던 2016년 총파업 이후 6년 만이다.
이전 정권과 현 정부의 발언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노조 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우리 금융노동자는 코로나19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지원 최전선에서 노력했다”며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사측은 돈이 없어 (임금을) 1.4% 인상하느냐”고 반문했다. 노조가 인용한 말은 문 전 대통령이 지난 4월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밝힌 “금융은 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는 방역 현장의 의료진”이라는 평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비판했다. 추 장관은 지난 6월 경영계에 “임금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조 측은 “법인세·종부세 인하 등 대규모 부자 감세로 소수에게 혜택을 몰아주고 물가 상승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 져라(는 것이냐)?”면서 “그럼 다른 기업들도 임금을 적게 올리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카오(15%), 네이버(10%), LG그룹(9.24%) 등 다른 기업의 올해 임금인상률을 비교 공시했다.
파업 참여율 낮을까 우려에…"투쟁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
노조가 파업 일주일을 남겨놓고 뉴스레터를 돌리는 건 참여율이 저조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93.4%의 찬성률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냈지만, 노조원 상당수를 차지하는 시중은행 직원들이 현장에 얼마나 나올지는 의문이다. 대출금리 인상과 300%에 달하는 성과급 등 국민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젊은 직원들이 실제 파업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주요 은행들은 파업참여 인원을 노조원의 1%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 5일에도 노조는 ‘9·16 총파업은 우리의 생존권과 금융 공공성을 지키는 문제’라는 파업독려 글을 공유했고, 다음날 ‘IF(만약) 보상 없이 더 일하라’라는 뉴스레터를 보냈다. 8일 뉴스레터에서도 “어떤 노동자라도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면서 “정부와 주주의 눈치만 보는 사용자에게 우리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노조가 총파업을 이틀 앞두고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했다는 시선도 있다. 총파업 직전에 사기를 고양시키고 구성원의 참여 의지를 독려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날 자리에서 총파업을 다시 한번 공식화하고 점포 폐쇄 중단, 적정인력 유지, 관치금융 철폐, 임금인상 등 그간 주장했던 내용을 재차 강조할 계획이다.
한편 총파업이 정부가 추진하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개시 바로 다음 날인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심전환대출은 제1·2금융권에서 받은 변동·혼합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오는 15일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대 시중은행과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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