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청력 잃은 멕시코 '마약왕', 33년 만에 감옥 나온다

가야르도, 1989년 체포 후 복역 중 실명 등 건강 악화
검찰 이의 제기..가택연금 개시 여부 미정

1980년 멕시코 최대 갱단이었던 과달라하라 카르텔을 조직한 펠릭스 가야르도는 시날로아주 경찰 출신이다. 사진=AP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멕시코 과달라하라 마약 카르텔 창시자인 '마약왕'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76)가 복역 33년 만에 가택 연금 결정을 받았다.

1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인포바에에 따르면, 멕시코 사법 당국은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 엔리케 카마레나를 잔혹하게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로 1989년 체포돼 복역 중이던 펠릭스 가야르도에 대해 가택연금을 허락했다.

법원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자택 주변 24시간 감시 요원 배치 등을 함께 명령했다.

1980년 멕시코 최대 갱단이었던 과달라하라 카르텔을 조직한 펠릭스 가야르도는 시날로아주 경찰 출신이다.

그는 에르네스토 폰세카 카리요(돈 네토), 라파엘 카로 킨테로 등과 함께 멕시코 여러 지역에 난립해 있던 카르텔들을 연대하는 데 성공해 ‘보스들의 보스’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후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과 손잡고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유통망을 완전히 장악했다.

가야르도의 몰락이 시작된 건 1985년이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 일원인 킨데로가 멕시코 당국의 마리화나 단속에 분노해 DEA 요원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가야르도와 마약 카르텔은 미국과 멕시코 정부의 표적이 됐다.

그는 도주 생활을 이어오다 1989년 체포돼 40년 형을 받고 알티플라노 교도소와 푸엔테 그란테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이어왔다.

가야르도는 이후 무기 밀매·불법 비축 등 죄로 징역 37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이 형기를 다 채우면 그의 나이는 120세가 된다.

그러나 몇 해 전 펠릭스 가야르도는 교도소에서 한쪽 시력과 청력을 잃었고 탈장 수술을 받았다. 최근 산소탱크 의존 치료를 받는 등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법원은 그의 가택연금을 결정했다.

다만, 가야르도의 가택연금이 곧바로 개시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정이다. 검찰에서 법원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항고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야르도와 같은 혐의로 역시 40년 형을 받았던 카리요는 31년간 복역한 뒤 2016년 가택연금을 받고 출소했다. 카리요는 현재 집에서 남은 형기(올해 기준 3년)를 채우고 있다.

킨테로 또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고 2013년 법원의 형집행정지 처분에 따라 28년 만에 석방됐다. 이후 다시 석방 결정이 번복돼 복역 대상이 되자 종적을 감췄다. 미국의 2천만 달러 현상금 수배를 피해 도주 생활을 하던 킨테로는 도주 9년 만인 지난해 7월 붙잡혔다.

한편, 펠릭스 가야르도의 과달라하라 카르텔 결성과 DEA 요원 살해 과정은 넷플릭스 시리즈 ‘나르코스 멕시코’로 제작되기도 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