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쇼크.. 고개 든 100bp 금리인상론 [3분 미국주식]
美 8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비 8.3% 상승
미국의 살인적 인플레이션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8.3%로 나타났다. 지난 7월의 8.5%에서 0.2% 포인트 내려갔지만,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수집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인 8.0%를 상회했다. 더 많은 시간과 인내를 요하는 고물가가 CPI를 통해 드러났다.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주요 3대 지수는 14일(한국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미 노동부는 뉴욕증시의 개장을 1시간 앞둔 지난 13일 밤 9시30분 “8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8.3%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CPI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2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소나마 둔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월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 의견을 종합한 월스트리트저널 전망치인 8.0%를 크게 웃돌았다. 월스트리트 일각에서 7.9% 이하의 전망치가 제시됐지만, 모두 빗나갔다. CPI의 지난달 대비 상승률은 0.1%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0.1% 상승으로 나타났다. 전망치를 0.2% 포인트나 상회한 셈이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하고 산출한 근원 CPI의 상승률은 더 심각하다. 8월 근원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6.3%로 집계돼 월스트리트저널 전망치인 6.0%를 웃돌았다. 지난 7월 근원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5.9%였다. 이제 6%대로 완전하게 진입했다. 올여름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높게 치솟은 주거·의료비가 근원 CPI를 끌어올렸다.
CPI 산출 비중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2%, 전월과 비교하면 0.7%씩 치솟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주거비 상승률을 “19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식료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4%나 올라 1979년 5월 이후 43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8월 CPI를 확인한 뉴욕증시는 14일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76.37포인트(3.94%) 뒷걸음질 친 3만1104.9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77.72포인트(4.32%) 떨어진 3932.69에서 각각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만1633.57까지 632.84포인트(5.16%)나 급락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달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세계 주요 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경제학자, 금융시장 전문가와 연례 국제경제 심포지엄을 가진 ‘잭슨홀 미팅’에서 고강도 긴축 기조를 재확인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2%)를 복원하기 위해 제약적인 수준까지 의도적으로 정책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2일 새벽에 끝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암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3~3.25%로 상승한다. 연말까지 4%에 도달할 수 있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2.25~2.50%다. 8월 CPI는 결국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힘을 싣게 됐다. 파월 의장을 포함한 FOMC 구성원들은 FOMC 정례회의를 끝낼 때까지 공개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간 상태다.
그동안 소수 의견으로 나왔던 ‘100bp(1% 포인트) 금리 인상론’도 고개를 들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14일 오전 7시20분 현재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한 비율은 67%, 100bp에 힘을 실은 의견은 33%로 각각 집계됐다.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 지지 의견은 0%로 완전하게 사라졌다.
나스닥 시가총액 1위 애플이 5.87%나 떨어질 만큼 대부분 종목이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가장 두드러진 하락세를 나타낸 섹터는 반도체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562.27까지 6.18%(168.82포인트) 떨어졌다.
정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투자할 수 없도록 ‘가드레일’(안전장치)을 설정한 미국의 ‘반도체법’은 관련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악재로 꼽힌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억제 실패, 큰 폭의 금리 인상 전망이 성장 섹터인 반도체 시장을 무너뜨렸다.
미국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이날 나스닥에서 9.47%(13.74달러) 폭락한 131.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는 8.99%,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7.46%, 인텔은 7.19%, 퀄컴은 6.07%, 브로드컴은 4.8%씩 하락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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