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세대 건너뛴 미성년자 증여 급증.."1인당 평균 1억3952만원 증여"

지난해 미성년자 증여액은 2조3504억원
조부모 세대에서 손주 세대로 직접 증여 1조117억원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미성년자에게 증여를 통한 부의 상속이 지난해 2배 이상 늘었다. 부모를 건너뛰고 조부, 조모에서 직접 미성년자로 부가 대물림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점이 두드러졌다.

14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미성년자 증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미성년자 증여액은 2조3504억원으로, 전년(2020년, 1조617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증여세를 신고한 미성년자는 2만706명으로 전년(1만56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고 의원 측은 "자산가치 상승과 부동산 세제 강화로 나이 어린 손주나 자녀에게 미리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용진 의원

증여재산을 살펴보면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이 8851억원으로 전년(3703억원) 대비 139% 급증했다. 예금 등 금융자산도 8086억원으로 전년(3770억원) 대비 115% 늘어났다. 주식도 5028억원으로 전년(2604억원) 대비 93% 증가했다. 이들이 받은 증여재산은 2조3504억원으로 1인당 평균 1억1351만원에 달한다. 증여에 따른 증여세는 4607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표준 대비 실효세율은 17.1%다.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 세대에서 손주 세대로 직접 증여가 이뤄지는 ‘세대생략 증여’는 전체 증여를 받은 미성년자의 42%(7251명)이다. 증여받은 재산은 1조117억원으로 전체 미성년자 증여재산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는 1인당 평균 1억3952만원꼴인 셈이다. 세대생략 증여의 경우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으며 부의 대물림을 강화한다는 이유 등으로 할증 과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늘어가는 추세다.

2020년 세대생략 증여를 받은 미성년자 4105명인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77% 늘었다. 증여액도 2020년 5546억원에 비해 지난해 82% 늘었다. 고 의원 측은 "세대생략 증여는 두 번의 세금을 한 번으로 가늠할 수 있어 부유층의 ‘합법적 절세’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실제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의 실효세율(결정세액/과표)은 19.6%로 일반적인 미성년자 증여의 실효세율(15.4%)보다 27% 정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미성년자 증여와 세대생략 증여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면서 "현행 세대생략 할증과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부유층의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