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정무수석의 존재감

남도영 2022. 9. 14.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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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수석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처음으로 생겼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중 선임 역할을 했다.

정무수석은 대국회 업무를 총괄하고, 대통령실·행정부와 국회 관계를 조율한다.

정무수석 자리가 공석일 때 국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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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논설위원


정무수석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처음으로 생겼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중 선임 역할을 했다. 대통령에게 제일 먼저 보고한다는 의미다. 정무수석은 대국회 업무를 총괄하고, 대통령실·행정부와 국회 관계를 조율한다. 국회의 힘이 세질수록 정무수석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비서관 회의를 하면 정무수석실 선임 비서관이 좌장을 맡았다. 김대중정부 시절까지는 정무수석이 여야 의원들에게 용돈도 두둑이 주고 정부 민원도 들어주는 해결사 노릇도 했다.

노무현정부 초대 정무수석은 ‘엽기수석’으로 불렸던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다. 유 수석이 1년 만에 물러난 뒤 정무수석 자리가 없어졌다. 청와대가 당과 국회를 장악하는 구시대적 정치 관행을 철폐하겠다는 명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국회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불화를 겪었다. 정무수석 자리가 공석일 때 국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정무팀장 직을 신설했다. 박근혜정부 때는 선임 수석이 정무수석에서 정책조정수석으로 바뀌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은 당시 ‘왕수석’으로 불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에서는 최근 신설된 국정기획수석이 선임 수석이다. 윤석열정부는 인수위 시절 정무수석실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했다. 대통령실 권한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민정수석실은 없어졌지만, 정무수석실은 살아남았다. 그런데 존재감이 희미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분으로 지리멸렬 상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기소하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극한투쟁에 돌입했다. 대통령실과 국회의 관계가 최악인 셈이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유연한 성품 덕에 여야 의원들 모두와 관계가 좋은 편이다. 그래도 힘을 쓰지 못한다. 윤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모르는 데다 정치를 할 생각도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참모가 유능해도 수장의 의지가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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