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의 시시각각] BTS와 병역이라는 뜨거운 감자
그들이 군대를 가거나 안갈 때
우리 사회가 얻는 것과 잃는 것
BTS에 병역특례를 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수년간 도돌이표처럼 결론 없이 갑론을박 중인 난제다. 급기야 국회 국방위에서 “BTS 병역면제 여부를 여론조사로 물어보자”는 웃지 못할 발언까지 등장했다. BTS가 국가 브랜드에 가져오는 막강한 사회문화·경제적 파급효과와 별개로 병역특례 자체를 불공정으로 보는 젊은 층의 정서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국위선양’한 스포츠 선수와 순수예술인에게 적용되고 있는 대체복무제가 대중문화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형평성 문제도 있다.
며칠 새 발표된 두 여론조사는 다소 엇갈린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BTS 대체복무 전환’에 67.5%가 동의해 찬성이 훨씬 많았다. 18~29세 찬성률이 56.4%로 가장 낮았다.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병역의무를 다해야 한다’가 54.1%, ‘병역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가 40.1%로 반대가 많았다. 20대의 73.2%, 30대의 60.4%가 특례에 반대했다.
알다시피 병역이 공정성 이슈의 핵심이 된 데는 꼼수를 동원한 특권층의 병역기피 같은 사회적 부조리가 한몫했다. 병역은 고통 분담, 사회 정의의 상징이 됐고, 형평성 차원에서 여자들도 성평등을 주장하려면 군대 가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특례 자격 요건인 ‘국위선양’도 요즘엔 잘 먹히지 않는 국가주의 슬로건이다. BTS가 국위선양을 했지만 본질은 그들의 개인적 성취다.
BTS 멤버들은 여러 차례 군 복무에 대한 의지를 밝혀 왔다. 병역법상 1992년생인 맏형 진은 내년이면 입대가 불가피하고, 97년생인 막내 정국까지 다녀오려면 7인조 완전체 활동의 공백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서로 입대 시기를 조율하거나 남은 멤버들이 유닛이나 솔로 활동으로 ‘군백기'(군 공백기) 부담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군대 문제가 커리어의 변곡점이 되는 여느 K팝 보이그룹들이 다 그렇게 한다. 실제 BTS는 지난 6월 유튜브 방송 ‘찐 방탄회식’을 통해 단체 활동을 잠시 쉬고 솔로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압박감과 피로감, 방향성 상실을 호소하며 “성장을 위해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아미들은 원팀으로 쉼 없이 달려온 10년 차 BTS에게 각자 음악적 정체성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와 휴식이 필요하며, 입대를 터닝 포인트로 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소속사 하이브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유튜브 영상 직후 주가가 폭락해 시총 2조원이 증발하자 팀 해체나 단체 활동 중단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
지금 BTS 병역특례는 정치권이 강하게 요청한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은 홍보대사 BTS의 병역특례를 대통령실에 공개 건의했다. 지난해 병역특례를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적용하자는 일명 ‘BTS 병역특례법’ 개정안을 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방위에서 “10년 동안 BTS가 56조원의 국가적인 부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줬다”며 경제 창출 효과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BTS에 대해 여러 가지 국가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유엔도 같이 갔었고 여러 번 같이 했다”며 지난 정부의 ‘BTS 프리미엄’을 복기하기도 했다.
사실 기존 병역특례자들과 단순 비교만으로도 BTS는 자격이 차고도 넘친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지금 논의가 BTS가 이룬 성취에 대한 존중이라기보다 경제적 유용성에 대한 시혜적 포상이자 국가 홍보나 국익이란 기치 아래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국가적·정치적 자산으로 이들을 활용·도구화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방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팬들의 요구, 아티스트 당사자의 목소리와 선택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만약 이들이 군대 가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면? 글로벌 수퍼스타임에도 평범한 시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면? 그 사회적 메시지가 수조, 수십조원의 경제효과에 못 미친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최종 결정의 시간은 다가온다. 소중한 문화자산인 BTS가 아티스트로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 지금 진짜로 필요한 게 뭔지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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