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만→7억7000만원 부담금 폭탄..재건축 모범생도 떨고있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2. 9. 1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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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부담금 부과 1호 반포현대
예정액 2배 넘는 3억원 정도 예상
정부 '합리적 감면' 방안 곧 발표
주택공급 활성화 물꼬 틀 수 있나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재건축부담금 완화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집값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옛 반포현대를 재건축해 지난해 완공한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옛 반포현대). 19~20층 2개 동 108가구로 재건축 시장의 이목이 온통 집중된 단지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부러워할 ‘모범생’이 '엄벌'을 받을 처지여서다. 이 단지는 2015년 4월 추진위를 구성한 뒤 6년 3개월 만인 지난해 7월 말 준공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짧다. 통상적으로 10년이 넘는다.
서울 용산에서 10년 전 1인당 5500만원이던 재건축부담금이 올해 7억원(예정액)을 넘기며 재건축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재건축부담금이 7억7000만원으로 예상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뉴스1

성공적으로 사업이 끝났지만 주민들은 ‘후폭풍’에 떨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에 따른 재건축부담금(부담금) 부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담금은 재건축 준공 후 재건축 사업 기간 동안 해당 지역 평균보다 더 많이 오른 집값(초과이익)에 부과된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돼 2013~2017년 중지됐다가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한 이후 첫 부과 대상이다.
자료: 국토부

2018년 5월 1인당 1억3500만원으로 예상된 부담금이 2배가 넘는 3억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도 혼란에 빠졌다. 이순복 조합장은 “탈 많은 재건축을 순조롭게 해낸 대가가 부담금 폭탄이다”며 “많은 비용을 들여 재건축을 하자마자 3억원가량을 더 내놓으라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수도권·지방에서도 3억원 예상

부담금 공포가 강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승인 이후 착공을 앞둔 시점에 산정하는 부담금 예정액이 2020년 강남에서 4억원을 넘긴 뒤 지난 7월 용산 이촌동 한강맨션에서 7억7000만원까지 뛰었다. 용산에서 10년 새 14배 치솟은 금액이다. 부과 중지 전인 2012년 한남동 옛 한남연립 재건축 단지에 부과된 금액이 5500만원이었다. 수도권과 지방도 3억원까지 나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가 이달 발표하기로 한 부담금 완화 방안에 주택시장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건축이 재개발과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주도 도심 주택공급 확대의 열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담금은 재건축 발목을 잡아 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승인 물량이 기존 가구수 기준으로 2014~2017년 5만4000가구에서 부담금이 부활한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1만 가구로 급감했다. 정부 방침은 부담금 폐지가 아니라 ‘합리적 감면’이다. 지난달 16일 주택공급 로드맵 발표 때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나친 이익은 환수하되, 사업 자체를 저해하는 수준의 부담금을 적정 수준으로 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감면 방향은 ‘부과기준 현실화’ ‘실수요자 배려’ ‘공공기여 인센티브’ 등이다. 현재 초과이익 중 부담금을 면제하는 금액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2006년 제도 도입 후 16년이 지나도록 3000만원 그대로다. 그동안 세제만 보더라도 기준이 많이 현실화했다. 종부세 1주택자 공제금액이 6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랐고 양도세 1주택자 비과세 기준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됐다.

정부는 종부세처럼 1주택자 실수요자 배려 차원에서 보유 기간별 감면과 고령자 납부 유예를 계획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역세권 첫집과 같은 공공분양 기부채납분을 부담금 산정에서 제외한다. 현재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 건축연면적 비율) 완화 조건으로 짓는 임대주택을 건축비만 받고 기부채납하고 있는데 임대주택 매각 금액이 부담금 계산에서 이익 항목에 반영돼 부담금을 늘리는 요인의 하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재건축 조합들은 초과이익 계산 방식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재건축 후 집값 상승분에서 빼는 정상주택가격상승분 계산 기준이 해당 지역 전체 주택 평균 상승률이다. 조합들은 "재건축이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변 비교 주택을 아파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담금 예정액 산정 '고무줄'

부담금 예정액 산정도 손봐야 할 부분이다. 주민이 사업성을 따져볼 수 있도록 미래의 부담금을 예상해 산출하는 것인데, 이게 ‘고무줄’이다. 예정액 산출 시점까지 집값 상승률로 준공 시점까지 집값 예상 상승분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 새 아파트 몸값이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높다 보니 실제 부담금이 평균 집값 상승률로 예상한 예정액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부실하게 산정된 예정액이 되레 재건축 사업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부담금 대상에 형평성 논란이 있다. 종부세 등 세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다른 재건축 규제가 모두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부담금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잠깐 지방을 제외한 적이 있다.

부담금 완화 방안의 적용 기준도 관심이다. 2018년 부활할 때는 착공 전 최종 분양계획인 관리처분계획 신청을 기준으로 했다. 관리처분을 적용한다면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을 비롯해 상당수가 규제 완화 혜택을 보지 못한다. 업계는 면제 금액 등 부과방식이 바뀌는 것이어서 법 개정 이후 부과되는 단지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전에도 부과방식 변경은 부과를 기준으로 적용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일시적인 완화 땜질에 그치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아니어서 계속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개발이익 적정 환수와 재건축 활성화라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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