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태양광 사업 2108억원 비리 적발
국무조정실(총리실)은 13일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을 위해 5년간 약 12조원이 투입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의 총체적인 부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내거나 농지에 불법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등 위법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보조금 지원 사업에서도 쪼개기 수의계약이나 결산서 조작 등 회계 부실이 적발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간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2곳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 실태 표본점검을 벌였다. 사업비상으로는 전체 12조원 중 한국에너지공단이 3년간(2019~2021년) 실시한 태양광 금융지원사업 전수조사를 포함해 2조1000억원에 해당한다. 조사 결과 위법·부당 사례는 2267건, 자금 규모는 2616억원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세종시 인근을 중심으로 전체 지자체의 5%만을 추출해 이뤄졌다.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면 부당 자금 규모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조사는 국민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한 기금으로 운용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 대한 첫 운영실태 조사였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관련 보고를 받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태양광 사업에 나랏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새고 있었다”고 탄식하며 전수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국무조정실 고위 관계자는 “예상은 했지만 막상 보고를 받으니 말 그대로 충격적인 상황”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태양광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616억원의 부당 자금 중 태양광 관련 비리 액수는 2108억원으로 전체의 80.5%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위법 및 부적정 대출이 1406건으로 1847억원에 달했다. 4개 지자체가 운영한 395개 태양광 지원 사업 중 25%인 99개 사업에서 201억원에 달하는 허위 세금계산서가 확인됐다. 공사비를 부풀려 과도한 대출(43건, 71억원)을 받거나 전자세금계산서가 아닌 종이 계산서(56건, 70억)로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 설치업체와 관련 사업자가 공모해 견적을 부풀리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지출보다 많은 대출을 받는 방식도 동원됐다.
가짜 버섯농장 위에 태양광, 농지 규제 피해 34억 불법 대출
심지어 자기자본 투자금액이 ‘0원’인 경우도 있었다. 이날 브리핑을 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부풀려 받은 돈으로 발전사업자들이 돈 한푼 내지 않고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며 “거기서 발생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아 대출금을 갚으며 자기자본 없이 사업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한국에너지공단이 최근 3년간(2019~2021년) 실시한 태양광 금융지원사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6509건의 지원 사업 중 17%에 해당하는 1126건에서 무등록 업체 계약 및 하도급 규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현행법상 버섯재배 시설에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점을 활용해 농지에 가짜 버섯재배 시설이나 곤충사육 시설을 지은 뒤 그 위에 태양광 시설을 짓고 대출금을 받은 사례도 20여 곳에 달했다. 이들이 받은 대출금만 34억원이었다. 총 158건(226억원)의 지원 사업은 시공업체의 견적서만으로 공사비가 확정돼 지급되기도 했다.
태양광과 관련한 보조금 위법 집행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설비 지원 사업인 융복합사업을 시행하며 자금 지원 뒤 4대 보험료 경비를 정산하지 않아 256억원의 세금이 낭비됐다. 한 군에선 태양광 제품을 구매하며 특정 업체로부터 5억원의 부적정 제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다른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도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고 밝혔다. A시 등 4개 지자체는 약 30억원 규모의 도로·수리시설 정비공사를 203건으로 쪼개 수의계약을 해 약 4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됐다. B시는 산업부 승인 없이 보조금 약 17억원을 임의로 변경하고 결산서를 부적정하게 작성해 타 지역 마을회관 건립에 사용(약 4억원)하는 등 보조금법을 위반했다.
정부 장비 구매 입찰에 참여한 특정 업체가 들러리 업체를 참여시켜 약 40억원 상당의 가격을 담합하기도 했다.
방 실장은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다 보니 탄탄하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말단에서 집행되는 과정에서 부실 집행 사례가 대규모로 확인된 것”이라며 “2019∼2021년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지원한 사업이 6500건인데, 면허가 없는 사업자가 대거 승인됐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부당 지급된 보조금은 보조금법을 통해 환수할 예정”이라며 “부당 대출은 사기 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수사 의뢰 등을 통해 사기 혐의 등을 확정하고 민사 등 조치로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한 총리의 전수조사 지시에 따라 조사 대상 기관을 전국으로 확대해 추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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