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빙하기에 찾아온 '수신시대'.. 투자자들 뭉칫돈 움직인다
지난 한달 새 17조9700여억 급증
제2금융권들 단기상품 고객 유혹
증권사 판매 고금리 상품도 인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기조 등 영향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코스피와 가상자산 시장도 지난해 고점 대비 크게 위축된 가운데 투자자들은 위험자산 시장에서 돈을 빼고 안전한 예·적금 등 수신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3조63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최저치는 물론이고 2020년 11월(51조8990억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인 요구불예금도 7월 말 673조3602억원에서 659조6808억원으로 13조6794억원 줄었다.
반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하나·NH농협·신한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29조8206억원으로, 한 달 만에 17조3715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도 38조1167억원에서 38조7228억원으로 6061억원 증가했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돈이 고스란히 수신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투자 빙하기’를 맞아 수많은 예·적금 상품 중에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돈을 굴릴 수 있을지 짚어봤다. 대기성 자금을 예치할 통장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파킹통장’이다. 주차하듯 잠시만 돈을 넣어놔도 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이자를 준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장기간 돈을 묶어 놓거나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해야 하는 예·적금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유리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시 입·출금통장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웰컴저축은행(3.0%), 페퍼저축은행(3.2%), OK저축은행(3.3%) 등 제2금융권 저축은행 계열이 비교적 높은 파킹통장 금리를 선보이고 있다. 제1금융권에서는 토스뱅크(2.0%), 케이뱅크(2.1%), KDB산업은행(2.25%)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파킹통장 금리를 올려왔고, 토스뱅크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수시로 판매되는 특판 예·적금 정보를 찾아보면 쏠쏠한 고금리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케이뱅크는 이달부터 선착순 10만명 대상으로 최고 연 10% 금리를 제공하는 ‘코드K 자유적금’을 판매 중이다. 지역별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에서는 5~7%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이 연중 수시로 판매되고 있다. 다만 이들 상품은 보통 총판매 한도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입소문을 탄 뒤로는 빠르게 소진된다. 금융사 앱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특판 상품 판매 소식을 수시로 받아보는 것이 권장되는 이유다.
금리가 앞으로도 인상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목돈을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면 단기 금융상품도 눈여겨볼 법하다. 다올저축은행은 100일 혹은 150일 동안 매일 납입하도록 설계된 ‘FI매일적금’을 판매 중이다. 하루 최대 5만원씩 납입 가능하며 금리는 최고 9%다. IBK기업은행도 6개월부터 1년까지 만기를 일 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 ‘D-Day 적금’을 최고금리 4.85%에 판매하고 있다.
금리 인상 폭에 맞춰 상품 금리를 매년 조정해주는 ‘회전예금’도 인기다. 회전예금은 약정된 금리에 더해 1년마다 기준금리에 따라 추가 금리가 제공된다. 금리가 오를 때마다 가입했던 상품을 해지하고 재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중도해지를 할 경우에도 일정 이율을 보장해주는 ‘중도해지예금’ 상품에 가입할 경우 목돈이 장기간 묶이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금리 혜택을 챙길 수 있다. OK저축은행 ‘중도해지OK정기예금6’ 상품의 경우 6개월만 약정 금액을 예치해도 특판 금리 3.5%가 보장된다.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CMA 계좌는 연 수익률 2.55%를 보장한다. CMA는 예치된 자금을 증권사가 초단기 현금상품에 투자해 굴리는 대신 투자자에게 매일 약정된 이율만큼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은행권 파킹통장과 마찬가지로 언제든 목돈을 넣고 뺄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발행어음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가 자본금 4조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로 인정한 곳들에만 판매를 허용하는 상품으로, 증권사 신용으로 발행된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에서 판매되는 발행어음은 4.15%(12개월 기준)까지 이율이 오른 상태다. 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로 단기 운용도 가능하다.
가입하고자 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에 계좌가 없다면 제휴 채널을 통해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네이버페이·토스·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채널에 개설된 제휴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계좌를 개설할 경우 일부 보상금이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 네이버페이는 SC제일은행(1만원) 케이뱅크(1만원), SK증권(3만5000원) 등 개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이들은 부실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은행권 수신 상품의 경우 예금보험공사는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5000만원까지만 보호한다. 따라서 은행별로 5000만원 이하 원금을 예치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장 안전하다. CMA, 발행어음 등 증권사 상품은 증권사가 도산할 경우 원리금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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