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돼도 '김건희 특검법' 내용은 수사 불가..특별감찰관 뭉개는 여야 속내
“특검은 정치적 MSG(양념)가 많이 묻어 있다. 진짜로 추진할 수 있는 안은 특별감찰관 제도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법(이하 특검법)을 다루게 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12일 오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조 의원은 “특별감찰관이 하는 일은 대통령과 사촌, 친척들 비리를 조사하는 것이다. 딱 이 케이스(김 여사 관련 의혹)”라며 “(특별감찰관 제도는) 현실성이 있으니 논쟁할 필요가 없다”고 특검 대신 특별감찰관 임명을 주장했다.
공만 떠넘기는 여야, 왜
하지만 13일 양당 지도부는 특별감찰관의 ‘특’자도 거론하지 않았다. 특검 정국을 맞은 여야가 특별감찰관에 선뜻 나서지 않는 데는 여러 배경이 있다.
특별감찰관은 ①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②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 두 집단만을 집중적으로 상시 감찰하는 대통령 독립기구다. 기소권은 없지만, 임기가 3년이고 감사원에 준하는 감찰 권한을 가지는 데다 검찰 고발·수사의뢰 후 불기소 처분 시 항고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활동만 보장되면 대통령 측근 비리에 그만한 ‘저승사자’가 없다”(전직 검사장)고 평가받는다.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선뜻 총대를 메고 추진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완연하다. 율사 출신 법사위원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도 그래서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을 공석으로 두지 않았나”라며 “추천을 할 수 있으면 벌써 했는데, 여소야대 정국에서 우리가 추천한 인사를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대통령실이 “국회에서 결정되면 100% 수용하게 되는 것”(김대기 비서실장)이라는 입장을 냈을 때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다음날 민주당에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 절차에 함께 착수하라”며 ‘연계 제안’을 던지는 식으로 반응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 사이에서는 특별감찰관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 북한인권재단이랑 엮어 던지는 바람에 ‘사실은 하기 싫다’고 비치고 있는 건 부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여당이 대단히 소극적”(진성준 원내수석, 지난 2일)이라며 특검법을 강행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현행 특별감찰관법은 “비위행위에 관한 정보가 신빙성이 있고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경우 감찰에 착수한다”며 “다만, 그 비위행위는 이 법에 규정한 신분관계가 발생한 이후의 것에 한정한다”(제6조2항)고 규정한다.
김 여사의 경우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법률적 신분을 가진 이후 발생 사안만 감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이 특검 수사 대상으로 올려놓은 ▶도이치모터스 등 주가조작 의혹 ▶시간강사·겸임교원 지원 시 허위 경력 의혹 ▶윤 대통령 검찰 재직 중 부당한 전시회 후원 의혹 등 김 여사의 3대 의혹 모두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도 전에 발생한 사안들이다.
특히 여당에서조차 “사법적으로 좀 의미가 있는 부분은 도이치모터스 건 정도”(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라고 보는 주가조작 의혹은 알려진 김 여사의 투자 시기(2009년 12월~2012년 12월) 대부분이 윤 대통령과의 결혼(2012년 3월) 이전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감찰이라는 개념 자체가 공적 신분 취득 이후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통상의 감찰에서도 임용 이전에 저지른 일을 가지고 공무원을 감찰해 징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 정국’ 결론은
때문에 특별감찰관을 아무리 야권 인사로 임명해도, 영부인 취임 이후의 추가 관여 정황이 없는 한 특검법상 3대 의혹을 감찰하면 오히려 ‘위법한 감찰’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역대 유일한 특별감찰관이었던 박근혜 정부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2016년 8월 수사기밀 유출 등 감찰 중 위법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임명 1년 6개월만에 스스로 사직했다.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권남용·탈세·배임 혐의로 수사의뢰한 지 열흘만이었다.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추천한 후보 3인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한다. 현재 민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은 대통령이 소속하지 않는 교섭단체(민주당)에서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조정훈 의원은 “본회의 통과하면 대통령이 거부할 가능성이 거의 99.9%”라며 “민주당 정치쇼의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의원의 찬성 없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의 본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이 불가능하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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