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대주택 지을때마다 LH 빚..文정권 초기보다 78% 급증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임대주택 1가구를 지을 때마다 1억8300만원의 빚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LH로부터 입수한 '최근 5년간 연도별 주택유형별 임대주택 건설 1가구당 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LH가 국민임대주택 1가구를 건설할 때마다 평균 1억8300만원(지난해 기준)이 LH의 부채로 계상됐다.
국민임대 가구당 평균 건설비(평균 17.8평)는 2억2800만원인데, 정부 출자금 4500만원을 제외한 금액이 고스란히 LH의 부담이 되는 셈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기준 부채 금액인 1억300만원보다 무려 77.7%(8000만원) 증가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등에 따라 임대주택 건설 공사비가 크게 오르고 있지만, 정부 지원금은 그에 비례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의 경우 정부지원금이 2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공공임대주택 유형에 따라 정부지원금 등의 규모가 다른데, 통합임대주택의 경우 지난해 기준 1가구 건설 시 LH의 부채로 계상되는 금액은 2억2400만원으로 국민임대 주택보다 더 컸다. 행복주택(2억800만원), 매입임대(1억4200만원), 영구임대(9500만원) 등을 건설할 때도 LH의 부채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지원단가와 사업계획비의 차이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임대주택의 정부지원 기준 평당(3.3㎡) 단가는 843만원인데, 실제 건설 비용은 평당 1213만원이었다. 정부에서는 임대주택을 지을 때 정부지원 기준으로 재원부담비율을 정하는데, 30%를 정부 재정에서 충당하고, 20%는 보증금, 40%는 주택도시기금에서 확보한다. 나머지 10%는 LH의 몫이다.
하지만 실제 건설 공사비가 이보다 많다 보니 부족한 금액만큼을 LH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홍기원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대주택 품질을 개선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정부지원단가와 사업계획비와 차이가 있어 이를 현실화하지 않고서는 품질 제고는커녕 LH의 부채만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재정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임대주택이 소형화되고 하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이유로 부채 비율이 높은 공공기관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지난 6월 재무 상황평가 점수 14점 미만 또는 부채비율 200% 이상인 공공기관 14곳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했는데 LH도 여기에 포함됐다. LH의 지난해 부채는 138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조1000억원이 늘어났다. 정부는 LH에 단지 조성비, 건물 공사비 등 원가를 낮추고 신규 출연도 제한해 모두 9조원을 절감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5조원 이상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 재정 가운데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출되는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16조8836억원으로, 올해 22조5281억원에서 5조6445억원(25.1%)이 줄었다. 이 가운데 무주택 저소득층 등에 공급되는 행복주택·국민임대·영구임대 관련 예산도 총 1조7247억원이 감액됐다. 홍기원 의원은 "LH에 부채를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줄이는 건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LH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줄인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 등 공공분양주택 수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는 임대주택과 함께 분양주택 확충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한다. 저렴한 양질의 분양주택 공급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더 확대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홍기원 의원은 "정부는 일방적으로 공공기관, 공기업에 허리띠를 졸라매라 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수준의 정부지원단가를 정해 지원해야 한다"며 "이는 결국 주거안정 실현을 위한 민생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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