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 여행 말고 투자..역대급 엔저에 대처하는 법
“나는 2019년.”
“나는 5년쯤 된 거 같은데.”
지인들과 마지막 해외여행 시기를 놓고 나눈 서글픈 대화입니다. 아직 멀리 가긴 좀 부담스럽고, 일본이라도 다녀오고 싶다고 말하는 분이 많은데요.
그래도 쉽지 않았던 건 일본 정부가 워낙 꽁꽁 문을 걸어 잠갔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최근 방향을 틀었습니다. 9월 7일부터는 하루 5만명씩, 가이드가 없는 패키지(팀을 꾸려서 가되 관광은 자율적으로 하는 시스템)도 허용하기로 했죠.
한국인 입장에서 지금은 일본 여행하기 정말 좋은 때입니다. 여행이 별거 있나요. 좋은 데 싸게 갈 수 있으면 최고인데, 환율 여건이 최상! 1달러 기준 143엔으로 엔화 가치가 약 30%가량 하락했기 때문이죠. 우리 돈과 비교해도 잘 알 수 있는데요. 1년 전 100엔당 1050원이었다가 지금은 960원대. 6월 초엔 93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죠. 여행을 간다면 같은 돈으로 더 먹고, 더 즐길 수 있는 셈입니다.
극강의 ‘엔저’, 매력적인 투자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쌀 때 엔화를 좀 사뒀다가 비쌀 때 팔면 소위 ‘환차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미 눈치 빠른 투자자는 이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7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엔화 예금 잔액은 6000억엔을 넘어섰는데요. 지난해 말 4967억엔이었으니 약 반년 만에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린 거죠.
일단, 궁금합니다. 선진국 일본의 엔화 가치는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 일본은 1960~70년대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했는데 이땐 엔저가 큰 역할을 했죠. 하지만 미국이 엔저 견제를 시작한 뒤, 빠르게 엔고로 전환. 수출 부진이 따라왔는데 이게 잃어버린 20년을 야기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인식입니다.
“반격을 시작한 게 바로 아베의 2차 집권 때. 아베노믹스의 핵심이 바로 엔저인데요. 잃었던 수출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엔저가 필수적이라 본 거죠. 의도적으로 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온 겁니다.”<노구치 유키오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
아베 집권이 끝난 이후에도 이런 정책 방향은 여전히 유지되는 중. 최근 엔화 약세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일 텐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도 일본은 ‘우린 아직 멀었어요’ 하는 상황이죠. 금리 차가 벌어지니 엔화를 팔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패턴이죠.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무역수지가 악화한 점도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고요.
두 가지 고민이 필요할 텐데요. 첫째, 엔화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과거 경험상 엔화가 이 정도 약세를 보였을 때는 원화 매도, 엔화 매수가 적절한 선택이었다. 2000년대 중반 세계 경제의 초호황 국면에는 100엔이 7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현재 세계 경제 여건이나 한국의 낮아진 수출 경쟁력을 고려할 때 이런 시나리오는 배제할 수 있다. 엔화는 대략 900원대에서 저점을 찍고, 1100원대까지 반등하는 패턴이었다.<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일본 중앙은행이 올해 하반기 중 YCC 정책(경제 모멘텀 회복을 위해 10년물 금리 상단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2016년 10월부터 시행 중)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철회는 아니더라도 변경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엔저현상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
엔화 가치가 지금 달러 대비로 2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라서 이미 (엔화 약세가) 너무 많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트리거가 미국과 일본의 물가 차이인데 7~8% 정도의 미국 물가지수 상승률이 내년, 내후년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엔화 환율이 150엔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점(미국과 일본의 물가 차이)이 올해이고, 내년부턴 줄어들 거로 본다.<권아민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
각각 다른 관점에서의 설명인데요. 정리하면 '엔화 가치가 좀 더 하락할 수 있겠으나 엔저는 머지않아 끝난다'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두 번째 고민, 그럼 ‘어떻게 사야 하느냐’가 남았죠. 크게 4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①엔화 화폐 매입
한 마디로 직접 원화를 엔화로 바꾸는 건데요. 요즘은 각 은행의 모바일 앱을 이용하면 쉽게 바꿀 수 있는데요. 필요할 땐 출금도 가능합니다. 환전할 때 중요한 건 우대율이니, 조금이라도 우대율이 높은 은행을 택해야겠죠. 현재 토스는 100만원까지 100%(수수료가 없다는 뜻) 이벤트를 진행 중.
②엔화 통장
은행에 엔화를 넣어두는 외화 보통예금과 정기예금입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합니다. 다만 환차익의 가장 큰 매력은 세금이 없다는 건데 일반 예·적금처럼 15.4%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합니다.
③엔화 ETF
ETF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달러와 달리 선택지가 거의 없는데요. 우리와 매우 가까운 일본이지만 엔화 ETF는 현재로썬 ‘TIGER일본엔선물 ETF’가 유일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가 장점입니다.
④증권사 엔화 환전
은행 환전과 가장 큰 차이점은 출금할 수 없다는 점. 즉 원화로 다시 바꿔서 출금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수수료는 은행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환차익만을 목표로 한다면 증권사 환전이 가장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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