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대신 정장 입는 '말썽' 왕자들..왕실 상복에도 코드 있다
오는 19일 국장으로 거행되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 일정 동안 그의 둘째 아들 앤드루(62) 왕자와 손자 해리(38) 왕자는 여느 왕실 인사들과 달리 상복(喪服)으로 군복을 착용할 수 없다고 더타임스·가디언·텔레그래프 등 영국 매체들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왕의 장례 일정에는 왕실 소속원들만 군복을 입을 수 있다"는 관례에 따라, 왕실을 이탈한 두 왕자에겐 이 같은 드레스 코드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날 앤드루 왕자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홀리루드 궁전을 떠나는 여왕의 운구 행렬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찰스 3세 국왕을 포함한 앤 공주와 에드워드 왕자 등 형제·자매들이 모두 군복 차림인 것과 대조됐다.
영국 왕실 구성원들은 전통적으로 장교의 신분으로 군복무를 의무화해 왔고 장례식 등에서 군복을 착용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에 휩싸이며 왕실 직함이 박탈된 앤드루 왕자는 여기에서 제외됐다. 여왕은 지난 1월 그에 대해 군대 소속과 왕실 후원 등을 끊으며 사실상 왕실의 모든 생활에서 그를 배제했다.
다만 버킹엄궁은 공휴일로 지정된 19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될 국장에선 여왕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앤드루 왕자에게 군복 착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라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왕실의 또 다른 '골칫거리'였던 해리 왕자 역시 장례 일정 내내 군복을 입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찰스 왕의 차남인 해리 왕자는 그의 아내 메건 마클과 2020년 왕실과의 불화로 이탈한 후, 명예 군직을 박탈당했다. 미국 CBS는 영국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 왕자가 여왕의 장례식에 군복을 입지 못하는 것에 애통해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여왕의 남편 필립공 장례식에서는 여왕이 앞장서서 드레스 코드를 ‘사복’으로 결정하면서 왕실 일원들이 군복을 입지 않았다. 당시 여왕이 왕실을 떠난 손자 해리 왕자를 배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날 왕실 인사들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성 자일스 대성당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 추도 예배를 진행했다. 찰스 3세 등 왕실 일가는 약 10분간 관 옆에 서서 애도를 표했다. 왕실 일가의 예배 후엔 여왕의 관이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BBC방송에 따르면 수천 명의 시민이 전날 저녁부터 대성당 앞에 긴 행렬을 만들었다. 최대 6~8시간 대기 끝에 여왕의 관 앞에 선 시민들은 묵념하거나 눈물을 보이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여왕의 관은 13일 공군기로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동한다. 이튿날 웨스트민스터 홀 중앙 관대에 놓이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장례식 전날까지 나흘간 대중에 공개된다.
19일 국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전 세계 지도자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국장에 앞서 각국 대사관에 안내문을 보내 전용기 대신 상업용 항공기를 이용하고, 이동 시에도 전용 차량이 아닌 버스로 함께 이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BBC는 장례식 인파로 인한 의전 애로 및 교통 체증 등을 고려해 이 같은 방침이 정해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경호상의 이유로 전용 차량인 '비스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가디언에 "각국 정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안내문은 단순한 지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여왕의 국장에 75만 명이 넘는 추모객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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