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내팽개쳤다..쓸 돈은 딱 쓰겠다" 尹의 '표 안되는 복지'론
“국가가 내팽개쳤다.”
13일 오전 10시 40분 충남 아산시 배방읍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 자립준비청년들과 간담회를 하던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말 운동선수인 자립준비청년을 만난 일을 언급하며 이렇게 일갈했다. “들어보니 18살이 되면 별 준비 없이 돈 500만원(자립정착금) 딱 쥐여주고 ‘사회에 나가 너 알아서 살아라’였다”면서 한 말이었다. 이어, “그러니까 대부분 소식이 끊겨 관리도 안 되고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정말 국가가 이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를 못하고 너무 내팽개쳐져 있는 그런 국민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내가 취임하면 하루아침에 당장 바꿀 수 없지만 자립준비청년을 잘 살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경제 여건이 어려워 긴축재정을 한다고 해도, 이런 부분에 관해 쓸 돈은 딱 써 가면서 우리 자립준비청년의 미래 준비를 위해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뒤로는 ‘따뜻한 동행’이란 표어가 걸려 있었다.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은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 보호아동 중 보호종료 후 5년이 되지 않은 자립준비청년 등에게 1대1 관리와 자립지원 통합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날 내부 시설을 돌아본 윤 대통령은 “지방근무 공무원 관사 수준은 되는 것 같다”며 “물론 본인에게는 미흡한 점이 있겠지만 제가 볼 때는 최고 수준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간담회에 배석한 종교·기업·대학 관계자에게도 “기업에서 이런 좋은 일을 하고 종교단체와 학교도 관심을 갖고 애써주는 걸 보며 정부 대표자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민간이 잘해주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또 간담회에서 지난달 보육원 출신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을 언급하며, "최근의 가슴 아픈 일에 마음이 무겁고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전했다.
최근 윤 대통령은 연일 ‘약자 복지’ 행보다. 지난 8일 추석 메시지에서 “고통받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넉넉하게 보듬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밝힌 윤 대통령은 이튿날 서울 명동성당 내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표를 얻기 위한 복지가 아니라 표가 안 되는 곳, 정말 어려운 분들의 곁에서 힘이 되는 복지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복지 정책을 ‘표를 얻기 위한 정치 복지’로 규정하면서, 새 정부의 차별화된 ‘표가 안 되는’ 약자 복지를 내세우는 모양새다. 30%대 초반에 정체된 국정 지지율 속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한편,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으로 '새출발'을 알린 용산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 주재의 전 직원 조회가 열렸다. 대통령실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부터 40여 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조회에서 김 실장은 먼저 경제위기와 여소야대의 정치적 환경을 언급하며 “YS(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실에 근무했고, 이번이 5번째인데 이렇게 여건이 나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기 어공(어쩌다 공무원)도 있고 늘공(늘 공무원)도 있는데, 모두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정책 판단 기준도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눈에 보이는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다”라며 “어디서 ‘짱돌’이 날아올지 모르니 항상 철저히 리스크를 점검해달라”라고도 했다.
50여명에 달하는 참모 물갈이의 기준에 대해선 업무성과 저조와 보안사고 책임을 거론했다. 김 실장은 “보안에 유의하자는 거지, 외부와의 접촉을 끊으라는 게 아니다. 우리가 잘한 건 적극적으로 알리자”라는 취지로 독려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어 질의응답식 대화의 시간에선 "사기 진작을 위해서 가족을 용산 청사에 초대해달라","수석실 문이 항시 열려 있으니 애용해달라”는 제안이 오갔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적 쇄신 후 확실히 김 실장의 장악력이 세졌다”며 “오늘 조회를 통해 누가 용산의 2인자인지 확실히 전달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단 해!" 39살에 삼성 최연소 임원, 그녀가 돌연 사표 쓴 이유
- 직원들 '4억 돈방석' 앉았다…삼성도 투자한 '미래 광산' 어디 [앤츠랩]
- 무기 두고 부랴부랴 떠났다...러군 '절망적인 철군' 흔적 (사진 3장)
- "난 늘 도덕적" 뻔뻔한 거짓말…성매매 들킨 중국 톱스타 몰락
- 부산 빌라서 모녀 숨진채 발견…자다 깬 10대 아들이 신고
- 강남 카페서 말 건 이상한 남자…빨대로 대놓고 마약 빨았다
- 집안서 사라진 복권 1억원…"잠깐 나와봐" 친구들의 배신
- 1만원만 쥔채 쓴 '오겜'으로 새 역사...스필버그도 극찬한 황동혁
- 차 밑서 브레이크 '싹둑'…CCTV 속 그놈, 아내 내연남이었다
- BTS 부산 공연 10만명→5만명…'200만원 숙소' 여전히 판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