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국과 오나미의 결혼 스토리, 관건은 진정성
[이준목 기자]
TV 조선이 추석특집 2부작으로 관찰예능 <조선의 사랑꾼>(이하 사랑꾼)을 선보였다. 9월 11월과 12일 2회에 걸쳔 방송된 <사랑꾼>에서는 24세 연하의 피앙세와 깜짝 결혼을 선언한 '국민 노총각' 배우 최성국, 그리고 최근 전 축구선수 박민과 축복 속에 화촉을 밝힌 '모태솔로'의 대명사 개그우먼 오나미의 결혼 과정이 그려졌다.
최성국은 영화 <색즉시공>, 예능 <불타는 청춘>등을 통하여 느끼하고 능글맞은 50대 독신남의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성국은 <사랑꾼>을 통하여 1년째 부산-서울간 장거리 연애를 이어왔다는 20대 예비신부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내눈엔 예뻐, 이 친구가"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화제가 된 것은 최성국과 예비신부의 나이차였다. 사랑에 국경은 없다지만 띠동갑이 두바퀴나 돌아가는 커플이 흔한 경우는 아니기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방송에 출연한 최성국의 지인들도 결혼 소식과 신부의 나이차를 전해듣고 보인 반응은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성국은 사람들의 선입견에 대하여 "여자에게는 '돈보고 저런다.' 남자는 '여자가 어리니까'라는 식으로 싸잡아 버린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에 대하여 최성국은 "그냥 이 친구랑 있는 게 좋은 거고, 그 좋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 거다"라고 담담하게 밝히며, 좋지 않은 말을 들었을 때 예비신부에게 "사람들은 어차피 뭐라고 할 거고, 너랑 나랑 어떻게 좋은 일만 있겠니. 하나만 약속할게. 언제나 난 네 옆에 있을께, 너만 변치 않으면 돼. 그러니까 우리만 보고 가자'라고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랑꾼>의 출연 섭외에 응낙한 이유에 대하여 "PD가 말하기를 '어차피 결혼하게 되면 언론에 공개가 될텐데, 글로만 보면 사람들이 누구라도 욕하지 않겠냐. 방송을 통하여 과정과 진정성을 보여주면 더 낫지않겠냐'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최성국은 처음 교제사실을 알렸을 때 여자친구의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나이차도 문제지만, 방송 캐릭터로 알려진 최성국의 막연히 가벼워보이는 이미지도 걸림돌이었다고. 여자친구는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노력했다. 최성국은 제작진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와 미모의 여자친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또다른 출연자인 개그우먼 오나미는 KBS <개그콘서트>를 이른바 '못생긴 개그우먼'의 대표주자라는 이미지로 통했다. 대중들의 많은 사랑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외모가 주는 선입견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관찰예능과 가장 연애프로그램 등에 출연했고, 개그우먼이 아닌 자연인 오나미의 여성스러운 매력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오나미는 연하의 남자친구 박민과의 연애스토리가 공개되면서 출연중인 <골때리는 그녀들>에서 골세리머니를 빌려 예비신랑에게 감동적인 프로포즈를 전하여 화제가 됐다.
결혼식 20일 전부터 방송을 통하여 결혼 준비과정들을 공개하자는 제작진의 제안을 수락한 오나미는 "저 때문에 결혼 장려가 됐다고 들었다. '오나미도 결혼해? 나도 해야지'"라고 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눈물이 많기로 유명한 오나미는 항상 하객으로만 참석했던 결혼식이 자신의 일이 된 것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나에게도 이런 일이"라며 감개무량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이미 신혼집에서 박민과 거주중인 오나미는 신혼부부답게 알콩달콩한 커플의 모습을 과시했다. 프로축구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중학교 축구부 코치로 일하고 있는 박민은, 오나미를 만나기 이전부터 이상형으로 꼽았고, 지인을 통하여 소개를 받은 이후 적극적인 구애를 통하여 연상인 오나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방송에서의 유쾌한 이미지와 달리, 오나미는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성격 때문에 지인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오나미의 절친인 이미림 방송 작가는 오나미가 지인들의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면서도 정작 본인에 대한 부탁은 잘하지 못한다며 걱정했다. 다행히 걱정과 달리 지인들은 오나미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초대에 흔쾌히 응했다. 오나미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축복해주셔서 요즘 매일이 너무 감사하다. 그럴수록 이 분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오나미는 오래된 절친인 김민경, 박소영, 이미림, 허민 등을 만나 브라이덜 샤워 이벤트를 가졌다. <골때녀>를 통하여 인연을 맺은 축구인 김병지 부부는 오나미-박민 커플을 위한 인생조언을 전했고, 개그우먼 조혜련은 축가를 약속했다.
한편 최성국은 여자친구의 부모님이자 예비 장인장모와 처음으로 상견례를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장인과의 나이차가 다시 화제로 떠오르자 최성국은 "먼저 언급하시기 전까지는 절대 물어보지 않을 것"이라며 민망해했다. 또한 최성국은 자신보다 20살 이상 어린 여자친구의 오빠인 손위처남 부부에 대한 호칭 문제로 고민하는 등 곳곳에서 '현타'를 느끼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상견례 당일날, 제작진은 최성국과 일반인인 예비신부의 가족을 배려하여 먼발치에서만 촬영하고 가족들의 얼굴과 모임 내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상견례를 마치고 나온 최성국은 "살면서 제일 어렵다. 사귀는 분의 집안 어르신들을 만난다는 게"라며 긴장됐던 속내를 밝혔다. 다행히 최성국의 선물공세와 너스레 덕분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풀렸다고.
상견례가 끝나고 며칠 후 여자친구는 가족들의 후일담을 최성국에게 전했다. 혹시나 실수한 것은 없는지 걱정했던 최성국에게 여자친구는 "최성국이 노력하는 진심을 느꼈다"라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최성국이 가장 긴장했던 여자친구의 오빠는 "응원은 하지만 걱정이 많다"라는 현실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큰 관문을 넘은 최성국은 김광규, 김국진-강수지 부부, 김찬우 등 '불청팸'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했다. 대부분 몰카로 의심부터 하면서 강하게 불신하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최성국과 대표적인 노총각 절친이던 김광규는 유난히 큰 충격을 받은 듯 분노와 좌절, 허탈을 넘나드는 반응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끝까지 의심하던 강수지는 제작진의 증언과 예비신부와의 통화까지 거친 뒤에야 비로소 진실을 받아들이고 최성국의 결혼식 사회를 맡아주기로 약속하는 장면으로 방송은 막을 내렸다.
처음부터 정규편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사랑꾼>은 파일럿 2회까지 최성국과 오나미, 두 커플의 결혼식이 아닌 준비과정의 일부만 보여주며 사실상 '본편을 위한 예고편'에 가까웠다.
유명인들의 개인사와 연애-결혼 생활을 소재로 한 관찰예능은 이미 방송가에 넘쳐난다. 결혼이라는 소재 자체가 달달하면서도 씁쓸하고, 유쾌하면서도 아찔한 인생의 롤러코스터와 같다. <사랑꾼>은 '결혼을 코앞에 둔 실제 커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결혼 준비과정에서 겪게되는 현실적 상황과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같은 리얼리티'에 차별화 포인트를 맞췄다.
사실 TV조선은 <아내의 맛>,<연애의 맛>, <와이프 카드쓰는 남자> 등 이미 여러 관찰예능을 선보인 바 있다. 나름 화제성은 있었지만 대체로 '관찰예능 버전의 막장드라마'로 불릴만큼 평가가 좋지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특히 <아내의 맛>은 출연자를 둘러싼 대본과 조작 논란으로 불명예 종영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않는 자극적인 설정,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에피소드, 출연자들의 태도와 인성 논란 등이 발목을 잡았다.
<사랑꾼>은 출연자들의 상황과 설정상 <아내의 맛>과 <연애의 맛>의 중간 지점 정도에 놓여있다. 유명 연예인인 최성국과 오나미의 결혼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큰 화제가 되었고, 특수한 상황을 감안할때 방송에서 어떤 의미로든 이슈몰이를 하기에는 편리한 소재였다.
하지만 사실상 관찰예능을 빙자한 시트콤에 가까웠던 전작들에 비하여, 무리한 연출의 부작용에서 교훈을 얻었는지는 몰라도 일단 파일럿에서는 예상보다 비교적 담백한 연출을 선택한 것이 돋보였다. 방송은 예비신부와 띠동갑 두바퀴의 나이 차이 때문에 세상의 편견을 감수해야 하는 최성국의 현실적인 고민들에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어쩌면 방송상으로는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볼거리'가 될수 있는 상견례 장면에서 과감하게 카메라를 철수하고 거리두기를 선택한 것은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순한맛' 연출이다.
오나미 부부와의 첫 만남에서도 갑작스러운 촬영에 어색해하는 비연예인 출연자인 박민에게 제작진은 "3주동안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겠다"라고 약속한다. 실제로 방송에서는 최소한의 카메라만 배치되어 화면전환이 많지 않았고, 때때로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의도적인 연출을 배제하고 출연자들의 자연스로운 리얼리티를 강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논란이 될만한 자극적인 장면이나 발언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론 <사랑꾼>이 앞으로 정규편성이 된 이후에도 초심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가장 궁금한 주인공 커플들간의 이야기는 거의 없었고 최성국과 오나미의 배우자들이 등장한 분량은 얼마되지도 않았다. 최성국과 오나미가 각자 지인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거나 친목질로만 방송분량을 채운 것은 갈수록 지루하고 실망스러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출연자들이 사랑과 결혼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면서 '진정성'으로 시청자의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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