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법제화' 외친 김정은 中백신 들여올 듯..북·중·러 바싹 붙는다

정영교 2022. 9. 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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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격) 시정연설에서 북한판 핵 독트린(교리)의 법제화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제안에 맞불을 놓은 가운데 북한이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전면적으로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사진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3일 나기 샤픽(Nagi Shafik) 전 유니세프 평양사무소 보건담당관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백신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샤픽 전 담당관은 전날 RFA와 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에 제일 적절하게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며 "중국은 북한 내 백신의 수송과 배분 등의 계획뿐 아니라 저온유통(콜드체인) 시설 수리나 교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북한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의 미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선호한다는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이들 백신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좋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배분한 영국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90만2000회분과 중국산 시노백 백신 297만 회분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그동안 도입에 부정적이던 중국산 백신 도입을 검토하게 된 배경과 관련, 북한의 현실적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이자나 모더나와 같은 mRNA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선 영하 20~70도에 이르는 초저온 냉동유통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북한 내엔 이런 시설은 전무하다. 반면 중국산 시노팜·시노백 백신의 경우 영상 2~8도 사이 온도에서 보관·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샤픽 전 담당관도 RFA에 "북한은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 등으로부터 저온유통과 보관에 필요한 장비와 운반 수단을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의학연구원 의학생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와 함께 국제기구의 분배 모니터링 시스템도 북한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이 국제기구의 모니터링을 명분으로 내세워 자국의 민감한 영역 곳곳을 들여다보려 한다는 의구심을 가져왔다"면서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산 백신을 사용하는 것이 체제 내부에 끼치는 영향도 적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백스는 지난 6월 북한이 중국의 제한적 백신 지원 제안을 받아들여 일부에 대한 접종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높은 군인을 대상으로 접종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조만간 백신의 전면 도입이나 자체 개발 등의 노선을 설정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8일 연설에서 "왁찐(백신) 접종을 책임적으로 실시하는 것과 함께 11월부터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조만간 전면적 코로나 백신 접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에 한걸음 다가가는 모양새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 러시아 지역 재건 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파견하는 문제와 군수물자 거래를 위한 접촉 등으로 밀착 행보를 보였다. 러시아는 지난 5월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사실을 밝히자 백신을 비롯한 방역물자 제공과 의료 전문가 파견을 제안한 바 있는 만큼 코로나 방역을 매개로 한 북·중·러 밀착의 가속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 등 한국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대해 거부 의사를 보인데 이어, 지난 8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공개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이날까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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