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가 된 '불륜녀'..52년 인고의 시간 빛났다
다이애나비 사망 이후 비난 쏟아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발언 힘입어 공식호칭 '왕비로'

[아시아경제 김주리 기자] 52년. 찰스 3세의 두 번째 아내인 커밀라 파커 볼스가 공식적으로 왕비 칭호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지난 8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고 찰스 3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커밀라는 왕비가 됐다. 그는 찰스 3세가 왕세자였던 시절 결혼했으나 왕세자비가 아닌 '콘월 공작부인'으로 불려왔다.
찰스 3세의 전처였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 이후 그와 결혼한 커밀라는, 1970년 윈저성의 폴로 경기에서 찰스를 처음 만났다. 이는 찰스가 다이애나와 결혼하기 11년 전의 일이다.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느꼈지만 커밀라는 예정됐던 약혼자 앤드루 파커 볼스와 결혼식을 올렸다. 왕실 주요 관계자들이 남긴 회고록에 따르면 찰스는 커밀라의 결혼 소식을 들은 후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애나와 결혼한 이후에도 찰스는 카밀라와의 관계를 이어갔다. 다이애나는 생전 인터뷰에서 "우리의 결혼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고 자조할 정도로 두 사람의 사랑은 깊었다.
다이애나와 찰스는 결국 1996년 파경에 이르렀고 다음 해인 1997년 다이애나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커밀라에게는 '불륜녀'라는 낙인이 찍히며 전 세계 대중의 비난을 샀고, 그를 향해 길거리에서 야유하는 대중을 피해 도망다녀야 할 정도였다.
쉽지 않은 상황에도 찰스와 커밀라는 서로를 지켰다. 특히 커밀라는 찰스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서서히 왕실 가족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후 다이애나비 사망 8년이 지난 2005년 이들은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35년이 지난 뒤에야 합법적인 부부가 됐지만 커밀라는 다이애나비가 사용했던 왕세자비 칭호를 받지 못했다. '불륜 커플'이라는 오명을 쓴 이들을 향한 국민의 반발을 의식한 왕실의 처사였다.
이에 커밀라는 봉사와 자선활동 등 다양한 공무를 수행하며 입지를 넓혀나갔다. 또 그의 소탈한 성격이 알려지면서 여론도 조금씩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결정적인 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발언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 2월 즉위 70주년을 기념한 성명에서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를 때 부인 커밀라가 왕비로 인정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왕은 "커밀라가 왕비로서 충직한 역할을 하면서 왕비로 알려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찰스 3세와의 첫 만남 이후 52년, 다이애나비 사후 25년이 걸렸다. 영국 왕실 홈페이지는 이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직후 커밀라의 호칭을 '왕비 폐하(Her Majesty The Queen Consort)'로 밝히고 있다.

김주리 기자 rainb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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