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첫 조직개편..'불법공매도 차단, 감찰실 신설'
공매도전담팀 새로 만들고 '정보수집' 기능 추가
논란의 '감찰' 업무..감찰실 만들고 감사가 담당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첫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평소 “대대적인 개편은 없다”고 말해온 만큼 변화는 외부 비판이 컸던 부서 체계를 조율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필요한 부서에는 힘을 과감히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7일 조직관리 규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자본시장조사국의 공매도조사팀 신설이다. 자본시장조사국은 원래 4팀 체제로 조사기획팀·조사1팀·조사2팀·파생상품조사팀으로 꾸려져 있었다. 공매도와 관련된 조사는 조사1·2팀과 파생상품조사팀이 분담했고, 공매도 조사반은 파생상품조사팀장이 겸직하고 있었다. 그간 각종 불공정거래 사건과 공시위반 조사, 파생상품 감독 등 업무가 많아 공매도를 적극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신설된 공매도조사팀은 앞으로 불법 공매도 조사와 감독 전반을 담당한다. 특히 공매도조사팀은 공매도 관련 불공정거래에 대한 ‘정보수집’도 맡기로 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금감원의 조직규정에는 공매도 관련 불공정거래를 ‘조사’한다고만 돼 있었다. 불법 공매도로 큰 피해가 발생한 후 검사를 나가는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최대한 빠르게 적발하고 차단해 대규모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사팀의 1호 조사 사건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 당시 국내외 증시폭락 과정에서 발생한 공매도 전반이다. 국내 공매도 거래가 하루 평균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잦았다. 당시 정부와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공매도가 폭증하자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과도 연관돼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27일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지난달 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도 “불법 공매도, 불공정 거래 등 다중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불법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엄단하기를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주식 공매도 감시 전담 기구와 불법 공매도 엄벌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감사가 감찰실 담당하고, 금융상황분석팀도 부활
이와 함께 내부직원들의 기강 확립과 직무감찰을 소관하는 감찰실을 신설했다. 금감원의 감사실은 1팀(감사계획수립·총괄), 2팀(내부통제·리스크), 3팀(직무감찰)으로 꾸려져 있었다. 신설된 감찰실은 감사실 감사3팀과 준법지원실(임직원 윤리·근태)의 기능을 흡수한 조직으로 감찰총괄팀과 직무감찰팀으로 구성했다. 감찰총괄팀은 금감원 직원들의 금융투자상품 신고 관리와 이해충돌 방지, 비위행위 점검, 근태 관리 등을 맡는다. 직무감찰팀은 직무감사와 감찰 사후조치, 금감원 직원들의 부조리 제보 접수를 담당한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감찰실 개편이 감사원의 지적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금감원은 최근 감사원의 정기감사에서 금감원의 감찰부서 직제를 지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업무를 감사가 아닌 수석부원장이 주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은보 전 원장은 감사 소속이던 감찰실의 직무점검팀을 이찬우 당시 수석부원장 밑으로 보냈는데, 인사권을 쥔 수석부원장이 핵심부서인 직무점검팀의 감찰 권한까지 가져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이번에 신설된 감찰실은 이명순 수석부원장이 아닌 김기영 감사가 담당하게 된다.
감독총괄국의 금융상황분석팀도 부활했다. 해당 팀은 금융회사의 애로사항을 수렴·파악하고 금융산업 발전저해요인을 발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금융상황분석팀은 지난 2월 조직개편 때 준법지원실로 개편된 부서였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국어책임관 직책을 만들고 홍보 담당 부서장을 담당자로 지정했다. 국어책임관은 국어의 발전·보전, 알기 쉬운 용어개발 장려 등의 업무를 추진한다. 지난 7월7일 시작한 금감원 국민제안제도는 감독조정국에서 맡기로 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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