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Utd 김민석과 포항 노경호의 닮은꼴 '데뷔골'

심재철 2022. 9. 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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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K리그 1]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두 선수의 놀라운 첫 골

[심재철 기자]

 수원 블루윙즈 오현규의 페널티킥 추가골(수원 블루윙즈 3-1 인천 유나이티드) 순간
ⓒ 심재철
 
한가위 K리그1이 준비한 상차림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고 감동적이었다. 한가위 보름달이 뜬 그 날 수원 FC 골잡이 김현의 추가 시간 극장 동점골(90+3분 3초)이 모두를 놀라게 한 것도 모자라 그 다음 날에도 추가 시간 믿기 힘든 드라마가 두 편이나 더 이어진 것이다.

울산 빅 크라운에서 열린 동해안 더비 후반전 추가 시간 3분 15초에 포항 스틸러스 교체 선수 노경호의 2-1 극장 결승골이, 수원 빅 버드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 교체 선수 김민석의 추가 시간 6분 54초 3-3 극장 동점골이 이어졌다. 

이들의 발끝에서 믿기 힘든 골이 터진 시간도 놀랍지만 '노경호, 김민석' 두 선수가 나란히 데뷔골을 터뜨리기까지 기다린 시간들도 놀라웠다. 약 2시간 30분 먼저 데뷔골을 넣은 노경호(포항 스틸러스)도 지난 시즌 프로 유니폼을 처음 입었지만 단 1게임 뛴 것이 전부였고, 김민석(인천 유나이티드 FC)도 지난 시즌 프로 선수가 되었지만 똑같이 1게임만 뛴 상태였다. 그런데 묘하게도 같은 날(9월 11일) 데뷔골을 터뜨린 것이다. 노경호의 두 시즌 프로 통산 기록이 3게임 1득점으로, 김민석의 두 시즌 프로 통산 기록도 2게임 1득점으로 찍혀나왔다.

동해안 더비, 포항 '노경호'의 극장 결승골

11일 K리그 1 두 게임 일정 중 오후 4시 30분에 먼저 시작한 동해안 더비 장소는 울산 빅 크라운(문수 월드컵경기장)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의 승점 차가 7점이기 때문에 2005년 우승 이후 실로 오랜만에 우승 트로피에 가까이 다가선 울산 현대를 응원하기 위해 1만 1345명의 많은 홈팬들이 모여들었다. 

전반전에 헝가리에서 데려온 듬직한 골잡이 마틴 아담의 페널티킥 골(36분)로 앞서 나갔으니 울산의 우승 시나리오는 문제 없어 보였다. 하지만 후반전에 어웨이 팀 포항 스틸러스가 만든 역전 드라마가 또 하나의 더비 매치 페이지를 장식했다.

49분에 왼쪽 측면에서 포항의 완델손이 낮게 깔아 연결한 공을 받은 고영준이 감각적인 방향 전환 드리블로 울산 수비를 따돌리고 오른발 동점골을 터뜨린 것도 모자라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다 끝나가는 순간 버저 비터 결승골이 울산의 홈팬들을 울린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 15초에 바로 그 결승골을 터뜨린 주인공은 83분에 이승모 대신 들어온 노경호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신진호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반대쪽으로 넘어왔고 2분 전 교체로 들어온 키다리 골잡이 이호재의 다이빙 헤더 슛이 울산 골문 왼쪽 기둥에 맞고 멀리까지 튀어나갔다. 이대로 1-1 점수판이 굳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리바운드 볼을 울산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안에서 잡은 노경호가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끝냈다. 바로 앞에 울산 수비의 핵 김기희가 있었지만 노경호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도 손을 쓸 수 없는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김용우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시즌 막바지 고비 때마다 동해안 더비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를 만나서 발목을 잡힌 경우가 많았던 울산 현대가 그 악연을 이번에도 겪은 셈이다.

짜릿한 결승골 주인공 노경호의 프로 데뷔골이었기 때문에 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2021년 자유계약으로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선수가 된 노경호의 통산 출장 기록은 이 게임이 겨우 세 번째다. 이른바 후보 선수로 기다린 시간이 몹시 길었고 손꼽아 기다리던 첫 골 순간을 비로소 맞이한 것인데, 바로 이 골이 동해안 더비 역사서의 가장 따끈따끈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대중의 후반 추가 시간 헤더 골(수원 블루윙즈 3-2 인천 유나이티드 FC) 순간
ⓒ 심재철
 
9년만에 인천 유나이티드를 파이널 A로 올린 '김민석'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수원 빅 버드에서 열린 수원 블루윙즈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게임에서는 더 믿기 힘든 후반전 추가 시간 극장골 주인공이 둘이나 나왔다. 또 하나의 잊지 못할 데뷔골 주인공은 김민석(인천 유나이티드 FC)이었다. 

지난 4일 열린 슈퍼 매치 완승(FC 서울 1-3 수원 블루윙즈)으로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며 파이널 A까지 넘볼 수 있을 정도로 순위를 끌어올린 홈 팀 수원 블루윙즈가 후반전 3골을 몰아넣으며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3-1로 물리치는 흐름이 이어졌다.

골 넣는 수비수 고명석이 이기제의 오른쪽 코너킥을 받아 이마로 두 골(57분, 61분)을 연거푸 터뜨린 것도 모자라 최근 물오른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오현규의 페널티킥 추가골(75분)까지 이어졌으니 빅 버드는 오랜만에 수원 블루윙즈의 청백적 깃발이 넘실거렸다.

41분에 이강현이 먼저 골을 넣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후반전 세트 피스 수비에 문제를 드러내며 뼈아픈 역전패 분위기에 휩싸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전 교체 선수들을 중심으로 후반전 추가 시간까지 이를 악물고 달라붙은 끈기가 기적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김대용 주심이 VAR 온 필드 리뷰에 쓴 시간이 매우 길었기 때문에 추가 시간이 7분이나 공지됐고 거기서 극장골이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이어진 것이다. 먼저 나온 극장골은 추가 시간 1분 51초에 찍혔다. 키다리 수비수 델브리지까지 공격수로 밀어올린 인천 유나이티드 FC 조성환 감독의 전술 변화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델브리지의 헤더 패스를 받은 후반전 교체 선수 김대중이 노마크 프리 헤더 골을 터뜨린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축구 대통령이라 불리는 김대중은 물론 동료들도 골 세리머니를 펼칠 마음 없이 수원 블루윙즈 골문 안에 떨어진 공을 주워들고 중앙선으로 내달렸다. 남아있는 추가 시간의 힘을 알기에 그들은 또 하나의 기적을 바란 것이다. 거짓말처럼 추가 시간 6분 54초에 믿기 힘든 극장 동점골이 이어나왔다. 그 주인공은 이 게임 6일 전 만 20살 생일 축하를 받은 김민석이었다.

85분에 김보섭 대신 들어간 김민석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변칙적인 더블 타워(델브리지, 김대중)를 활용한 세컨드 볼에 집중하기 위해 수원 블루윙즈 수비수들 뒤로 숨어들었고 추가 시간 종료 6초를 남기고 고명석 뒤에서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 슛을 기막히게 차 넣었다. 이동수의 로빙 패스를 받은 김대중이 수원 블루윙즈 수비수들과 높은 공 다툼을 펼친 덕분에 김민석 앞으로 정확하게 세컨드 볼이 떨어진 것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민석의 오른발 추가 시간 동점골(수원 블루윙즈 3-3 인천 유나이티드 FC) 순간
ⓒ 심재철
 
2021년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들을 후보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기다린 또 하나의 인물이 프로 데뷔 두 번째 게임만에 기적의 3-3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필드 플레이어는 물론이거니와 벤치에 있던 대기 선수, 코칭 스태프까지 달려와 이 감격의 순간을 함께 나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처럼 믿기 힘든 승점 1점을 더해 4위 자리를 지키며 승점 48점(12승 12무 7패)으로 남은 두 게임 일정과 상관 없이 파이널 A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잔류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파이널 B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시간들이 길었고, 이번 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9년만에 조성환 감독이 약속한 목표를 이루게 된 셈이다.

어쩌면 파이널 A 일정 중 포항 스틸러스의 노경호와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민석이 실제로 만나게 될 수도 있기에 같은 날 2시간 30분 간격으로 나란히 데뷔골을 터뜨린 두 선수가 지금까지 기다렸던 오랜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4위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4일(수) 오후 7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 현대를 인천전용구장으로 불러들이며, 3위 포항 스틸러스도 같은 날 오후 7시 30분 9위 수원 블루윙즈를 만나기 위해 빅 버드에 찾아간다. 파이널 A, B 그룹 최종 결정까지 각 팀당 2게임씩만을 남겨놓았다.

2022 K리그 1 결과
(9월 11일 오후 4시 30분, 울산 빅 크라운 /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

울산 현대 1-2 포항 스틸러스 [득점 : 마틴 아담(36분,PK) / 고영준(49분,도움-완델손), 노경호(90+3분 15초)]
- 포항 스틸러스 노경호의 프로 통산 기록(3게임 1득점)
2021년 11월 28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0-0 포항 스틸러스(선발 멤버, 75분 교체 out)
2022년 9월 6일 수원 FC 1-0 포항 스틸러스(대기 멤버, 78분 교체 in)
2022년 9월 11일 울산 현대 1-2 포항 스틸러스(대기 멤버, 83분 교체 in)

수원 블루윙즈 3-3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고명석(57분,도움-이기제), 고명석(61분,도움-이기제), 오현규(75분,PK) / 이강현(41분,도움-아길라르), 김대중(90+1부 51초, 도움-델브리지), 김민석(90+6분 54초)]
-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민석의 프로 통산 기록(2게임 1득점)
2021년 12월 4일 광주 FC 1-1 인천 유나이티드 FC(선발 멤버, 46분 교체 out)
2022년 9월 11일 수원 블루윙즈 3-3 인천 유나이티드 FC(대기 멤버, 85분 교체 in)

2022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62점 18승 8무 5패 46득점 28실점 +18
2 전북 현대 55점 15승 10무 6패 43득점 29실점 +14
3 포항 스틸러스 51점 14승 9무 8패 44득점 33실점 +11
4 인천 유나이티드 FC 48점 12승 12무 7패 41득점 34실점 +7

5 제주 유나이티드 45점 12승 9무 10패 42득점 37실점 +5
6 강원 FC 42점 12승 6무 13패 45득점 45실점 0
7 수원 FC 41점 11승 8무 12패 49득점 50실점 -1
8 FC 서울 38점 9승 11무 11패 37득점 39실점 -2
9 수원 블루윙즈 34점 8승 10무 13패 33득점 41실점 -8
10 김천 상무 31점 7승 10무 14패 37득점 38실점 -1
11 대구 FC 31점 6승 13무 12패 35득점 48실점 -13
12 성남 FC 24점 6승 6무 19패 29득점 59실점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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