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제부터 '강대강' 긴장감
중국 공산당 10월 당대회 개최 이후 핵실험 가능성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북한이 선제적으로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 유사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지휘부가 공격을 받을 경우 자동으로 핵 타격을 가한다는 조항도 명시했다. 한반도 핵 위기 우려를 한층 고조시킬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핵무력정책 법령으로 채택한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는 핵무기의 사용조건으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륙무기(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되였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등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모두 5가지 사용 조건을 제시했는데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공격이나 공격 임박 징후 때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참수작전’ 임박 징후 상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 법령은 북한이 앞서 2013년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내용으로 채택한 법령을 공식 폐기하고 대체한 것이다. 기존 법령에서 핵무기는 ‘미국의 적대 정책에 맞선 부득이한 정당방위 수단’이었지만, 이번 새 법령은 남한에 대한 선제공격 용도로도 쓰도록 공세적으로 전환했다.
북한이 선제공격 용도로 핵무기를 언급하면서 핵실험도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3월께부터 7차 핵실험 준비에 착수했고 5월을 즈음해 준비를 마무리했으며 핵 기폭장치 시험을 했다는 정황도 당시 정보 당국에 포착됐다. 이후 북한 내 코로나19발생과 여름철 집중호우 등으로 핵실험에 나설 동력이 약해졌지만, 지하 갱도 되메우기 등 부수적인 작업을 제외하면 핵실험은 사실상 김 위원장의 정치적 결심만 남았다는 것이 한미의 공통적인 평가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겠다고 결심할 경우 국내뿐 아니라 외부 정치 일정까지 고려해 타이밍을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이 예상되는 오는 10월 16일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8일 이전 등의 기간이 점쳐지며 북한은 이 시기를 노려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군과 정부 당국은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관련 시설과 동향을 관찰하는 한편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강력하게 공동 대응에 나설 태세다.
미, 7함대 소속 핵추진 항모 이달 말 부산 입항해 경고
동해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 진행 논의중
한미, 16일엔 미국의 핵우산 제공 위한 논의 구체화
한미가 북한 도발을 경고하는 조치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미 7함대 소속 핵 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이달 말께 부산에 입항하고 동해에서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방향으로 한미 간 조율이 진행 중이다. 핵추진 항모가 입항한다면 5년만이다. 미국은 2017년 11월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로널드 레이건호는 물론 니미츠호(CVN-68), 시어도어 루즈벨트호(CVN-71) 등 핵항모 3척을 동시에 동해로 보내 연합훈련을 벌이며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미국 핵항모는 함재기로 전투기·전폭기는 물론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등 다양한 전력을 탑재해 대공 방어망이 노후하고 전자전 역량이 취약한 북한이 두려워하는 대상이다.
한미는 미국의 ‘핵우산’을 한국에 제공하기 위한 논의도 구체화한다. 오는 16일 한미는 미국 워싱턴DC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8년 1월 제2차 회의 이후 4년 8개월 만에 EDSCG가 열리게 된다.
EDSCG는 미국의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거나 위협에 노출됐을 때 핵무기 투발수단 등을 지원함으로써 핵 억제력을 동맹국까지 확장한다는 개념인 ‘확장억제’를 양국 외교·국방 차관이 모여 정책 차원에서 논의하는 자리다.
한미는 EDSCG 이후 올해 안에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도 진행할 계획이다. TTX는 북한의 핵 위협 단계, 핵 사용 임박 단계, 핵 사용 단계 등을 가정해서 각각의 상황에 대한 한미간 군사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훈련이다.
EDSCG가 정책적 차원서 북한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면 TTX는 군사적 차원에서 대비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미는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 확장 억제 공약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한미는 북한이 실제 핵실험이나 성능이 향상된 ICBM 시험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감행했을 때 제재와 압박 조치 등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석탄 수출이나 노동자 송출 등 기존 외화벌이 수단이 안보리 제재로 막히자 해킹으로 암호화폐를 탈취해 현금화하는 방식의 불법 외화 획득을 강화하고 있어서 한미는 이에 대응하는 다방면의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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