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복합위기의 시대

2022. 9. 1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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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은 복잡한데, 마음속은 허탈하다.

연일 쏟아지는 불안한 경제 뉴스들은 머리를 무겁게 만드는데, 치솟는 물가와 금리는 내일에 대한 기대마저 억눌러 마음을 텅 비게 만든다.

연일 발표되는 경제 기사들은 '사상 처음',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며 경고한다.

2020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팬데믹 경제위기를 만났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유례없는 수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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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머릿속은 복잡한데, 마음속은 허탈하다. 연일 쏟아지는 불안한 경제 뉴스들은 머리를 무겁게 만드는데, 치솟는 물가와 금리는 내일에 대한 기대마저 억눌러 마음을 텅 비게 만든다. ‘이러다 외환위기 오는 것 아니야’하는 말들이 주변에서 자주 들려온다.

좋은 경제 신호를 찾기가 어렵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무역수지적자, 소비침체, 가계부채 누증, 주가 하락…. 어느 것 하나 좋아 보이지 않는 험난한 경제다. 연일 발표되는 경제 기사들은 ‘사상 처음’,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며 경고한다. 코로나19는 끝날 생각이 없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얼마나 장기화할지 가늠할 수도 없다. 에너지 위기, 식량 위기, 기후위기까지 녹록지 않은 여건이다. 한국경제는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등과 같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철부지’라는 말이 있다. ‘철不知’는 한글과 한자의 조합으로, ‘철’을 모른다는 뜻이다. 봄이 오면 씨를 뿌리고 가을에는 수확해야 하는데, 철을 구분하지 못하면 농사는 망하는 법이다. 누군가에게는 봄만 오고, 누군가에게는 겨울만 오는 것이 아니다. 계절에 맞게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두 번의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만났다. 2020년의 팬데믹과 2022년의 전쟁이다. 계절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듯, 이러한 외재적 변수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대상이다. 이러한 변수들은 경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고,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었다. 경제 여건의 변화를 읽은 사람은 기회를 잡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위협이 되었다.

2020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팬데믹 경제위기를 만났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유례없는 수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동원했다. 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고, 자산가치가 급등했다. 열심히-성실히 일한 사람은 오히려 가난해졌고,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더 부자가 되었다. 2022년 전쟁 이후 유례없는 고물가가 찾아왔고, 물가를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돈의 이동이 일어났다. 고물가의 동인인 원자재나, 저축과 같은 현금성 자산으로 돈이 이동했다. 돈의 이동을 모른 채 과거의 공식에만 빠져 있던 사람들은 2022년 여전히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에만 머물렀고, 이유도 모른 채 손실만 쌓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2020년 수많은 오프라인 기반의 사업방식을 영위하던 기업들은 팬데믹 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고, 유연하게 비대면-온라인 서비스로 대처한 기업들은 상당한 기회를 맛봤다. 2022년 전쟁 이후 원자재 공급망이 틀어막히고,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강달러 현상이 눈덩이처럼 부풀려졌을 때, 경제를 읽고 대응한 기업들은 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거나, 공급업체를 다양화하는 구매전략을 취하고, 미리 비축분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대응했다.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강달러 현상에 더 많은 자금을 지급해야 했고, 원자재를 확보하지 못해 공장가동을 멈춰야만 했다.

복합위기의 시대라고 해서 모두에게 위기가 찾아오지 않는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총이 날아온다고 해보자. 총이 날아오는지 모르거나, 날아오는지 알면서도 꿋꿋하게 서 있는 사람은 위험하다. 바짝 엎드리면 피할 수 있다. 2022년 하반기 경제는 경기침체가 예고되다시피 한다. 경제주체들은 그 위기의 성격을 명확히 진단하고, 놓여 있는 여건에 맞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지도자들은 ‘철부지’ 밥그릇 싸움할 때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경제를 살펴야 할 때다. 어떠한 혹독한 현실에 놓여 있는지를 진단하고, 경제주체들이 ‘엎드릴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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