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의 시시각각]이재명식 싸움의 기술
이성보다는 진영 대결로 몰고 가
이재명 변칙, 어디까지 통할까 의문
대선에 지고 2개월도 채 안 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그것도 연고가 없는 민주당 텃밭(인천 계양을)에 버젓이 참전할 때부터 이재명 대표의 행보는 남달랐다. 좋게 해석하면 식상한 정치 관행을 탈피하는 도전이지만, 나쁘게 보자면 체면도 염치도 없었다. 대선 이후 6개월 동안 이 대표는 검수완박법 처리, 의원 불체포특권, 야당 대표 당선, 당헌 개정 등 4겹의 방탄막을 쳤다. 그럼에도 검찰은 공소시효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이 대표를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으로 기소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불법 후원, 법인카드 유용 등 숱한 의혹에 비하자면 선거법 위반은 '깃털' 수준이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전두환식 선전포고"라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범죄 혐의에 이런 호들갑을 떠는 건 이례적이다.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야생에서 숱한 실전을 겪으며 체득한 이재명의 변칙술"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①코끼리를 생각해=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두 가지다. 백현동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로 무려 4단계나 상향한 게 "국토부의 협박 때문"이라는 국감 발언과 11일간 해외 출장을 같이 간 대장동 개발 실무자 고(故) 김문기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한 인터뷰다. 법리적으로는 다툴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여태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이 대표가 '거짓말(혹은 과장)했다'는 점은 사실상 '빼박'이다. 하지만 이 대표 보좌진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전쟁입니다"라는 자극적 문자를 보냈고, 이를 이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란 듯 노출했으며, 문자 공개 20분 만에 민주당 대변인은 "야당 탄압"이라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황하기보다는 마치 짜인 각본처럼 착착 움직였다. 심지어 본인 개인 잘못으로 비롯된 검찰 출석 여부를 두고 민주당 의원의 의견을 묻는 의총까지 열었다. 의도적인 판 키우기가 아닐 수 없다. "불리한 구도에선 맞대응하지 마라"(『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는 정치권 속설과 180도 다른 행태다.
②닥치고 공격=국가 최고지도자 대통령을 향한 공세는 정교하지 않으면 자칫 역습의 빌미가 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단 한 명의 이탈도 없이 의원 전원(169명)이 서명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이정수 전 중앙지검장 등 '친문' 검찰이 1년 넘게 털고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허위 학력·논문 표절은 설사 문제라 해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기 전 사인(私人)일 때 일이다. 그나마 새로운 시빗거리는 수천만원대 보석을 착용했다는 건데 이게 특검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일부 김건희 여사가 자초한 면이 있지만, 민주당의 목표는 오직 '김건희 악녀 만들기'다. 일찍이 '줄리' 의혹으로 매춘부 이미지를 씌우려 했지만, 2030 여성의 반감을 사게 되자 이제는 철저히 성적인 코드를 빼고 사치·월권 등을 부각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대표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싶다. 일단 당내 '반명'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유일한 '친문'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도 검찰 항의 방문에 동참했다.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매섭게 질타했던 박용진 의원도 "(검찰이) 김 여사 수사는 흐지부지하고 이재명을 향한 칼날은 전광석화 같다"며 전선에 합류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김건희 특검법' 찬성은 60%를 웃돌고 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지지층 결집으로 진영 대결 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불리한 국면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탁월함(?)은 빛난다. 싸움에 반칙이 어디 있나. 골치 아프게 팩트로 시시비비 가리지 말고, 감정과 편견에 호소하면서, 상대편에게 저주를 퍼부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 그렇게 주문을 거는 사이 민주당은 어느새 이재명당(黨)에서 이재명교(敎)로 서서히 변질되고 있다.
정치에디터
최민우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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