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열흘간의 국장, 280km 운구 길목마다 시민들 배웅
지난 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96세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유해가 11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관저인 에든버러 홀리루드궁으로 운구되면서 열흘간의 국장 일정에 들어갔다. BBC방송·AFP통신 등에 따르면 밸모럴의 꽃과 스코틀랜드용 영국 왕실 문장 깃발에 덮인 여왕의 참나무관은 이날 오전 10시 영지의 사냥터지기 여섯 명에 의해 영구차에 실렸다. 여왕의 딸인 앤 공주가 남편 팀 로런스 경과 함께 탑승한 차를 비롯해 모두 7대의 운구 차량이 에버딘·던디·퍼스를 거치는 국도를 따라 280㎞ 떨어진 에든버러까지 여섯 시간 동안 이동했다. 길목마다 많은 시민이 나와 여왕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여왕의 관은 이날 저녁 홀리루드궁의 접견실에 안치됐으며, 다음 날인 12일 오후 2시30분 성 자일스 대성당으로 옮겨졌다. BBC는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북아일랜드를 거쳐 에든버러로 이동해 홀리루드궁에서 성 자일스 대성당으로 이동하는 여왕의 관 뒤를 따랐다”고 전했다. 이어 오후 3시 왕실 장례 예배가 진행됐으며, 그 뒤 여왕의 유해는 오후 5시부터 스코틀랜드에서 24시간 일정으로 일반 공개에 들어갔다. 영국에서 국장과 이에 따른 유해의 대중 공개는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국장 이후 처음이라고 BBC가 전했다.
여왕의 관은 13일 공군기 편으로 런던 서쪽 노솔트 공군기지로 옮겨진 뒤 영구차로 버킹엄궁으로 이동한다. 이때도 앤 공주가 동행한다. 이날 오후 7시쯤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버킹엄궁에서 여왕의 유해를 맞이한다. 여왕의 관은 14일 오후 2시20분 마차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져 중앙 관대에서 오후 5시부터 나흘간 일반에 공개된다.
국장일인 19일 오전 6시30분까지 공개를 끝낸 유해는 이날 오후 2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지며, 이 시각에 전국적으로 2분간 묵념이 진행된다. 1시간에 걸친 장례 예배를 마친 뒤 관은 전통에 따라 마차가 끄는 포차에 실려 런던 교외 윈저성의 성 조지 교회로 옮겨져 의식을 거쳐 지하 묘에 내려진다. 이곳에서 남편 필립공 옆에 안치된다.
영국은 여왕 국장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장에는 75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국장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참석 의사를 밝힌 것을 비롯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등 주요 영연방국 지도자들도 함께한다. 유럽에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참석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동참이 유력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참석한다.
아시아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참석을 발표했다. 나루히토(德仁) 일왕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함께 참석을 검토 중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참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왕 서거에 애도를 표했지만 장례식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불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왕 국장이 유엔총회(19~20일)와 비슷한 시기에 열리면서 각국 정상은 장례 직후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박형수·박소영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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