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제왕, 21세 여제..새 시대가 열렸다
‘새 시대가 열렸다.’
뉴욕 타임스는 12일(한국시각) 올해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US오픈(총상금 6000만 달러·약 830억원)이 끝나자 이렇게 보도했다. 세계 테니스의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날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2022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선 ‘19세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4위·스페인)가 카스페르 루드(7위·노르웨이)를 3-1(6-4, 2-6, 7-6〈7-1〉, 6-3)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이로써 알카라스는 2005년 프랑스오픈에서 만 19세 나이로 우승한 고향 선배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 이후 최연소 메이저 남자 단식 우승 기록을 세웠다. 알카라스는 2003년 5월생으로 만 19세 4개월이다. 종전 그의 메이저 최고 성적은 2021년 US오픈과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각각 8강에 오른 것이었다.
알카라스, 강력한 포핸드 공격 등 무기
알카라스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 테니스 세대교체의 완성을 알리는 상징적 인물이다. 최근 20여 년 동안 남자 테니스계엔 ‘빅3’로 불리는 라파엘 나달(36),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군림했다. 나달은 역대 메이저 최다인 22회 우승을 기록을 보유한 레전드다. 조코비치는 21회로 2위, 페더러는 20회로 3위다.
그런데 지난해 US오픈에서 1996년생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가 우승하면서 ‘차세대의 반란’이 시작됐다. 작년 메드베데프의 결승 상대는 조코비치였다. 올해 US오픈엔 페더러와 조코비치가 불참하고 나달은 16강에서 탈락했다. 반면 4강 진출자 알카라스, 루드(24), 프랜시스 티아포(24·미국), 카렌 하차노프(26·러시아)는 모두 10~20대의 젊은 선수다.
이 가운데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알카라스의 부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 1위 자리까지 예약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랭킹이 창설된 1973년 이후 최연소 기록이다. 종전 기록이던 2001년 레이턴 휴잇(호주)의 20세 9개월을 1년 5개월이나 앞당겼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10대 괴물 알카라스는 새로운 ‘테니스의 왕’”이라고 소개했다.
키 1m83㎝에 오른손잡이 알카라스는 강력한 포핸드 공격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한다. 그라운드 스트로크는 물론 발리, 어프로치와 로브샷, 오버헤드 스트로크, 패싱샷 등 득점 루트도 다양하다. 알카라스의 왕좌 등극은 예견됐던 일이다. 그는 지난 5월 스페인 마드리드 마스터스에서 당시 세계 1위 조코비치, 3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 4위 나달을 잇달아 격파하고 이 대회 최연소 챔피언이 됐다. 특히 4강에서 조코비치를 꺾으면서 세계 1위를 제압한 10대 선수로 이름을 알렸다. 10대 선수가 세계 1위를 제압한 것은 2005년 나달이 마이애미 마스터스에서 로저 페더러를 이긴 뒤 17년 만의 사건이었다. 테니스 팬은 “‘빅3 시대’를 끝낼 차세대”라며 찬사를 보냈다. 불과 4개월 만에 팬들의 기대에 부응한 알카라스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메이저 우승과 세계 1위는 꿈이었고, 이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은 “생애 첫 메이저 결승에서 우승한 알카라스는 정신력도 대단한 선수”라며 “앞으로 알카라스의 시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테니스 최연소 세계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
「 생년월일 2003년 5월 5일(만 19세)
국적 스페인
체격 1m83㎝, 74㎏
플레이 스타일 오른손잡이 공격형
별명 리틀 라파엘 나달
랭킹 세계 1위
주요 수상 2022 US오픈 우승
」
시비옹테크, 최근 결승전 17전 전승
여자 테니스에선 21세 이가 시비옹테크(1위·폴란드)가 은퇴한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미국)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세리나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했다. 시비옹테크는 지난 11일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5위·튀니지)를 2-0(6-2, 7-6〈7-5〉)으로 꺾었다. 시비옹테크는 2020년 올해 프랑스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최근까지 여자 테니스는 윌리엄스 천하였다. 윌리엄스는 무려 메이저 23회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다. 2017년 출산 후 복귀했지만, 기량이 떨어졌다. 윌리엄스가 주춤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4대 메이저 여자 단식 우승자가 모두 달랐다. 이런 가운데 2001년생 시비옹테크가 올해 프랑스오픈과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차세대 ‘여제’ 자리를 예약했다. 한 해에 메이저 두 차례 우승은 2016년 호주오픈과 US오픈을 제패한 안젤리크 케르버(독일) 이후 올해 시비옹테크가 6년 만이다. 뉴욕 타임스는 “시비옹테크는 코트의 새 여왕”이라고 표현했다.
시비옹테크의 최근 경기력은 윌리엄스의 전성기 시절과 견줄 만하다. 그는 또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37연승을 달렸다. 2000년 이후 여자 테니스 최다 연승 기록이다. 윌리엄스는 2013년 34연승을 한 것이 개인 최다 연승 기록이다. 시비옹테크의 37연승은 ‘21세기 최다 연승’ 기록이다. 시비옹테크는 올해 US오픈 우승으로 올해 7차례 대회에서 단식 정상에 올랐다. 2014년 세리나 윌리엄스 이후 8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시비옹테크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와 더불어 폴란드의 국민 영웅으로 꼽힌다. 레반도프스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비옹테크는 위대한 챔피언”이라며 축하했다.
시비옹테크는 이날 시상식에 ‘1GA’란 글귀가 적힌 상의를 입고 나왔다. 자신의 이름 ‘이가’의 영어 철자인 ‘IGA’에서 알파벳 ‘I’를 숫자 ‘1’로 바꾼 것이다. 자신이 세계 1위라는 자부심을 담았다. 키 1m76㎝의 오른손잡이 시비옹테크는 큰 경기에 강하다. 최근 10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2-0으로 승리했다. 최근 결승전 17전 전승에 통산 결승 전적은 17승 1패다. 비결은 탄탄한 수비다. 올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 리턴 게임(상대방 서비스 게임) 승률이 52.1%나 됐다. 정규 투어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50%를 넘겼다. 영국 가디언은 “한 해 두 차례 메이저 우승은 시비옹테크의 시대가 열린 것을 증명한다”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반겼다.
■ 37연승, 21세기 최다 기록 이가 시비옹테크
「 생년월일 2001년 5월 31일(만 21세)
국적 폴란드
체격 1m75㎝
플레이 스타일 오른손잡이 수비형
별명 1GA(최고를 의마하는 숫자 1+이름 IGA), 세리나 윌리엄스 후계자
랭킹 세계 1위 주요
수상 2020·22 프랑스오픈, 2022 US오픈 우승
」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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