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임원에서 변신한 역술인..추석 맞아 대한민국 국운 물어봤더니
"금융보다 화학·자동차 등 굴뚝 산업 운세 좋아"
Q. 이전 경력이 이채롭습니다. 어떤 일을 했나요.
A. 대학 졸업 후 계속 대기업 생활을 했습니다. 총 28년 다녔는데, 그중 6년을 제조업(LG화학), 나머지를 증권 회사 리서치(동부증권)와 벤처투자(한국투자파트너스), 그리고 기업금융 부문(NH투자증권)에 있었습니다.
Q. 왜 역술인의 길을 선택하게 됐나요.
A.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주명리학은 저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서부터 역사나 고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을 갈 때도 역사를 공부하면 지금까지 있었던 세상 모든 일을 다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사학과를 가게 됐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살펴본다면 앞으로 다가올 일도 내다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하지만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에 과거의 긴 사실을 모두 본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사주명리학을 접하게 되면서 이 방대한 이론 체계에 매료됐습니다.
Q. 사주명리학과 신점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A. 신점은 무속인이 영매가 돼 접신을 통해 자신이 받아들인 신이 하는 얘기를 전달하는 것으로서 선택된 자들의 영적인 능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반면 역술은 음양오행에 기초한 예측술의 한 분야로 우주 구성 원리와 태양과 지구의 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이니 지구과학과 천문학에 가깝습니다.
명리학은 공인된 학문이 아니다 보니 대를 이어 체계적으로 연구되거나 연구 업적이 전해지지 않아 아직 연구하고 밝혀야 할 거리가 산적해 있지만 반복해서 들여다 볼 때마다 도대체 이 놀라운 원리와 실마리를 처음 누가 어떻게 찾아냈는지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기록이 제한적이라 세세하게 명리학 역사를 규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저도 먼 길을 돌아 다시 명리학의 고전에 바탕을 두고 연구하는 중입니다. 명나라나 청나라 시대는 신분제 사회라, 당시 고전에 나오는 사주들은 ‘잘나가는’ 사람 것이 많아요. 그런 사주는 구성이 뚜렷하고 운에 따른 길과 흉이 명확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이들은 그렇지가 않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운의 흐름을 짚어내는 것’이므로 고전에 나오는 사례를 많이 참조하고 있습니다. 명리학은 결국 인간과 세상에 대한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므로 어느 정도 세월을 보낸 사람이 공부해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아요. 또 어떤 면에서는 ‘위안의 학문’이 아닐까 합니다. 비록 내가 황새가 아니라 뱁새일지라도, 나름의 사는 뜻과 그 맛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Q. 꾸준히 블로그 활동을 해왔던데 윤석열 대통령이 어렵게 당선된다고 예측한 것이 적중했습니다. 어떻게 분석한 건가요.
A. 선거는 출마한 후보들 간 운세를 비교해 성패를 예측해야 하는데, 당시 윤석열과 이재명 두 분 모두 운이 매우 좋았지만 사주 구성에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조금 더 우위에 있었던 것을 바탕으로 추정한 것입니다. 그 외에 한동훈 장관이나 이준석 대표, 김은혜 의원 등 당시 윤 대통령 주변 분의 운세 또한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던 것도 제 판단에 도움을 줬습니다.
Q. 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역술인 논란이 많았는데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A. 정치인이나 기업인처럼 ‘일의 성패’에 민감한 이들 주변으로 예측술을 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 아닐까요. 명리학을 옛날 중국에서는 ‘제왕학’이라 부르기도 했어요. 운명을 살펴 본다는 것은 최고 권력자만 할 수 있는 특권이기도 했죠. 역술은 삶의 기상 예보와 같아요. 기상예보관은 예보만 하고, 묻는 이들도 내일의 날씨 예보를 들었으면 그것으로 족해야 합니다. 내일의 날씨를 내다보는 것이 신기해 보인다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믿어서는 곤란하죠. 한 사람의 사주를 분석하는 것은 처음 보는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해요. 어떨 때는 보자마자 답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문제는 해설을 들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처럼 저도 현장에서 당황하게 될 경우가 없지 않아요.
Q. 대통령이 될 사주가 따로 있나요.
A. 많이들 물어보는데 큰 조직의 리더가 되는 사주를 타고 난 분은 곳곳에 많이 있기 때문에 꼭 하늘이 내린 분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는 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주가 많은 사주보다는 덕망이 많은 사주가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에 더해 어느 정치 집단의 명운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대권후보뿐 아니라 그 주변 인재의 운세 흐름 또한 결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무시 못 할 요소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어느 대주주가 그 기업 집단 수뇌부 전체의 사주를 들고 와서 상의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보면 참 공교롭게도 핵심이 되는 인물의 운세 흐름과 다른 분들이 대체로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 전체의 사주를 보게 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의 특성이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걸 볼 때마다 자연스레 전생과 윤회에 대한, 깊고 복잡한 인연의 틀에 관심이 저절로 가게 됩니다.
Q. 국운을 예측하는 역술가도 많은데요. 올해와 내년 대한민국 국운은 어떤 식으로 흘러갈까요.
A. 역술에서 대한민국은 오행 중 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목과 화가 운에서 올 때 평온하고, 금과 수의 운에 변란이 많았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지난해가 바닥이었고 올해는 반전의 과도기에 해당하며 내년은 새로운 도약의 시기로, 올해와 내년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색다른 중흥기의 원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 전반에서 세대 교체 바람이 많이 불어 60년대 베이비부머들이 2선으로 후퇴하고 90년대생들이 전면에 나서며, 산업에서도 기술, 콘텐츠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Q. 여야 정치인 중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를 만한 인사로는 누구를 꼽을 수 있습니까.
A. 대선은 1년 정도 남겨 둔 시점이 돼야 천기가 드러나고, 늘 뜻밖의 인물이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지금까지 제가 살펴본 정치인 중에서는 이준석 대표, 윤상현 의원, 우상호 의원, 조응천 의원 정도가 차기 대선 시점의 운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Q. 경제 분야에서는 어떤 산업이 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시는지요. 뜨는 그룹, 지는 그룹도 예측이 가능합니까.
A. 제가 만났던 분들 중 금융 쪽에 계시는 분들 올해 운세는 대체로 위축되어 있는 반면, 전통적인 굴뚝 산업 쪽에 계신 분들의 운세는 반전과 팽창의 기세가 확연하게 관찰됩니다. 반도체와 화학, 소비재, 자동차 분야는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Q. 요즘 기업인 상담이나 기업 차원에서 명리학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들었습니다. 기업인 사이에서는 어떤 고민이 가장 많던가요.
A. 명리학은 비제도권 학문이라는 점이 특징이자 문제점입니다. 비제도권이다 보니 공인된 기관이나 이론이 없어 근거 없는 말에 휘둘려 더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명리학은 난해하고 복잡한 학문이지만, 그 기초가 되는 음양오행의 원리와 의미는 한 시간 정도 설명하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것이라 이를 중심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기초원리를 알면 ‘상품의 선택’에 있어 보다 합리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사업하는 분들은 아무래도 ‘일의 성패’를 가장 궁금해합니다. 사주명리학이 심리학이나 MBTI와 같은 지수에 비해 갖는 강점은 ‘시간의 축’에서 일의 성패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싶은데 그 ‘물 들어오는 때’가 언제인지를 찾아 당장과 각자의 전성기 사이를 어떻게 구성해 갈 것인지 그 부분을 제가 경험하고 연구했던 것을 바탕으로 같이 고민하는 것입니다.
Q, 명리학은 어느 정도 참고하라고 주로 조언을 해주고 있나요.
A. 사주명리학은 생년월일시, 천간지지 8개와, 대운과 세운의 천간지지를 다 감안해도 12개의 조각에 지나지 않는 기호를 바탕으로 길과 흉을 다룹니다. 그렇다고 모든 구체적인 것을 추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습니다. 삶의 큰 프레임에서 보면 흐름을 얘기할 수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당장의 1년, 아니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지나가야 하는지 궁금해하고 난감해하죠. 그러나 그런 부분까지 다루기에는 사주명리학이 조금 투박한 도구일 수 있어요.
사실 살면서 겪는 구체적인 사연과 자신이 마주한 현실은 이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과 얘기하는 것이 더욱 수월하고 도움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지나온 삶의 기록과 그 경험이 저를 찾아오신 분에게 많은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저의 차별적인 요소가 아닌가 합니다. 결국 역술인도 사람이고, 그 사람이 어떤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지가 자연스레 묻어나기 마련이니까요.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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