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세계경제 리스크 STORM, 내년까지..침체 가능성↑"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세계 경제 위협요인으로 다섯 가지가 불거져 대규모 경제위기, 이른바 ‘퍼펙트 스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섯 가지는 글로벌 경기침체((Stagnation)와 미·중 교역전쟁(Trade war), 오일쇼크(Oil shock),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Russia),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급진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이다. 각 앞 글자를 따 스톰(STORM)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12일 이 연구원은 경제주평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우선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과 관련해선 "경기 사이클상 코로나 위기 직후 상승 국면이 종결되고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경기 하강 신호가 감지되고 있으며 신흥국에서도 선진국 위축에 따른 하강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내년 경제 상황은 올해보다 개선되기 어렵다고 연구원 측은 분석했다.

2018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교역전쟁 여파도 여전하다. 전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기술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외교·군사이슈까지 전방위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연구원은 "통상 부문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 시장,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했다"며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한 미국 주도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가 출범했다"면서 "‘팹4’를 통해 한국, 일본, 대만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에서 미국의 기술·산업적 헤게모니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는 세계 경제 부진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줄면서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 대규모 유동성 공급, 전쟁 등의 영향으로 유가는 급등했으나 최근 들어선 금리 인상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약보합세다. 다만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에너지 성수기에 러시아의 가스 수출통제가 강화되면 고유가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원은 예상했다. 반대로 금리 인상이 빨라지거나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내년 이후 유가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교착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경기 하방요인으로 작용하는 강도도 약해졌다고 연구원은 판단했다. 다만 러시아의 가스공급을 둘러싼 결정이 위협요인이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여기에 미 연준이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 4.00%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고 상당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국내에선 물가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신흥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갈 동기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원은 "다섯 가지 리스크 요인(STORM)의 영향력이 2023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향후 세계 경제의 경기 하강 또는 침체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면서 "다만 시간이 갈수록 영향력이 완만하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일부는 그 자체 이슈가 해소될 수도 있어 일정 기간 제한된 범위 안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 터지면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봤다.

연구원은 "세계 경제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응한 선제적인 위기 대응 능력을 기르고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며 "양분적 글로벌 산업 지형 재편과 본격화되고 있는 기술 패권 전쟁에 대응해 유연한 통상 외교 전략과 핵심·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