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만원 내면 프로?"..쏟아지는 골프 강사 자격증, 전문성은 '글쎄'

이서희 2022. 9.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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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발급 업체 10여 곳 달하지만 기준은 제각각
사설 자격증 10만개..낮은 문턱에 전문성 떨어져

[아시아경제 이서희 기자] “자격증은 따로 없고요, 미국에서 선수들 지도해 주시던 분이에요.”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의 한 골프 연습장. 개인지도 상담을 받으러 왔다며 강사 이력을 묻자 돌아온 직원의 답변이다.

이 골프연습장에 소속된 강사는 모두 5명. 이력을 살펴보니, 'KPGA 프로', 'USGTF 티칭프로', 'KSPGA 세미프로' 등 명칭이 제각각이었다. 별도의 자격증 없이 미국과 영국 등에서 스윙 교육을 수료했다는 강사도 있었다.

레슨비는 강사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1시간 기준 강습에 강습비 15만 원, 타석비 3만 원을 합해 18만 원 가량이 든다는 것이 골프장 측의 설명이었다. 주 2회 기준으로 한 달 수강료를 계산하니 140만 원이 훌쩍 넘어갔다.

낮은 문턱 찾아 민간 업체로…기준 모호한 자격증 ‘우후죽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늘면서 관련 지도자 자격증이 인기다. 참가 연령 제한이 따로 없는 데다 한번 취득하면 평생 갱신하지 않아도 되기에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노후를 대비하는 '제2의 직장'으로도 불린다.

주목되는 점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아닌 민간 사설 업체를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골프 지도자는 별도의 국가 공인 자격증이 없다. 대신 대한골프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증하는 KPGA와 KLPGA의 회원증이 국내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자격으로 통한다. 연간 선발전 횟수가 2~3회로 적은 데다 선발 인원도 100명~150명으로 적어 자격증을 취득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격증 취득 문턱이 낮은 민간 업체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설 자격증 업체로 꼽히는 곳은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이다. USGTF는 전국 4개 권역에서 치르던 프로 선발전을 지난해부터 수도권·중부권·동부권·남부권·호남권 등 5개 권역으로 늘렸다. 선발전 참가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USGTF 한국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티칭프로 선발전 참가자가 130%~140% 급증했다”면서 “1년에 배출되는 합격자는 60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240만 원 내면 프로 할 수 있나요?” 쏟아지는 자격증에 전문성은 ‘글쎄’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을 포함해 국내에서 강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는 대한스포츠프로골프협회(KSPGA), 한국프로티칭골프협회(KTPGA) 등 전국적으로 10곳에 달한다.

7일 기자가 민간 기관 8곳의 자격 발급 현황을 파악한 결과, 기관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연간 선발전 횟수는 평균 15회~20회, 배출되는 합격자 수는 기관별로 500~600명 선이었다. 이 중에는 25만 원가량의 참가비만 내면 응시 횟수 제한 없이 모든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참가비만 내면 자격 기준을 통과할 때까지 연간 몇 번이고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셈이다.

한 번 딴 자격증은 매년 연회비만 내면 별도의 심사 없이 자격이 유지되는 것도 특징이다. 처음 자격증을 발급받을 때 내는 ‘자격증 취득비’ 200만 원~250만 원, 이후에 회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내는 ‘연회비’ 20만 원가량을 지급하는 게 조건이었다. 일정 연회비만 지불하면 실제 경력 중단과 관계없이 프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셈이다.

김재근 전 KPGA 위원장은 다양한 사설 업체에서 자격증을 발급하면서 티칭 프로의 전문성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KPGA 누적 회원이 7000명 정도인데, 일반 민간 업체의 누적 회원은 10만명 이상"이라며 "매년 엄청난 수의 자격증을 발급하며 일명 '자격증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시민 피해 막으려면 국가 공인 자격증 필요”

자격증마다 발급 기준이 천차만별이지만, 관련 지식이 부족한 초보 골퍼는 ‘속사정’을 모른 채 강사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이 매우 다양한 데다 기관마다 회원을 부르는 명칭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국가가 관리하는 골프 지도사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같은 체계로는 전문성 있는 강사를 양성하지 못한다"며 "문체부가 나서 교육 커리큘럼부터 선발 방식까지 관리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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