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옹벽 진단해보니..4000억 특혜보다 더 심각한 백현동 [뉴스원샷]

함종선 2022. 9.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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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당시 '허위발언' 여부로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성남시 백현동 아파트. 아파트 입구 뒤로 10여 층 높이의 옹벽이 보인다. 함종선 기자


요즘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허위 발언'여부가 화제입니다. 이번 추석 직전 검찰은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고발된 이재명 대표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백현동 사업부지의) 용도를 변경했다"고 말했습니다.


허위 발언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일, 물론 중요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지난해 5월 백현동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계속 백현동 프로젝트를 취재·보도한 기자 입장에서는 백현동에 이보다 더 큰 문제들이 많습니다.

아파트 옹벽 위에 조성된 '공원'으로 가는 계단. 옹벽의 높이를 실감할 수 있다. 함종선 기자


가장 큰 문제는 '50m 불법 옹벽'과 그에 따른 '주민 안전'입니다. 아파트 내 옹벽은 무너질 경우 큰 인명피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산지관리법에서 옹벽 높이를 15m 이하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개발회사 대표는 "산이 많은 국내 지형 특성상 옹벽을 높게 하면 개발 이익이 커지는 경우가 많지만 지자체에서 절대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15m 이상의 수직 옹벽 조성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국감 때 최병암 당시 산림청장이 "(저런 높이의 옹벽은) 처음 봤다"고 답변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백현동 아파트에는 이런 옹벽이 3면(길이 약 300m)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아파트 내 옹벽의 높이와 관련한 산지관리법 내용. 높이는 15미터 이하라고 나와 있다. 함종선 기자

이 옹벽은 지난 7월 감사원이 백현동 감사보고서를 통해 산지관리법을 위반한 '불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성남시는 왜 이런 인허가를 내줬을까요. 그건 바로 사업자의 이익을 더 크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해당 사업 부지는 서울 비행장 인근이라 고도제한을 받습니다. 사업부지의 용도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나 상향조정되면서 용적률이 316%로 높아졌지만, 높이 제한 때문에 주어진 용적률을 다 못 쓰게 되자 땅을 30m가량 깊게 파고 산을 수직으로 깎아 '거대 옹벽'을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업자가 벌어들인 이익은 4000억원(일반 아파트 1100가구 분양이익+임대아파트 123가구 분양전환이익)이 넘습니다. 최근 아파트 개발업자(시행사)가 '임대아파트' 형태로 보유하고 있던 123가구 중 한 채(펜트하우스)가 50억원가량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성남시는 물론 경기도 아파트 거래 역사상 최고가입니다.

아파트 옹벽에 붙여 지은 주민 편의시설. 안전문제 때문에 준공허가가 나지 않아 지난해 6월 입주 시작때부터 지금까지 주민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백현동 불법 인허가의 수혜자가 '떼돈'을 번 사업자라면 피해자는 성남시민인 이 아파트 입주민들입니다. 한 입주민은 "지난 8월 폭우와 최근 힌남노 태풍 때 옹벽이 어떻게 되는 것 아닌지 크게 걱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이 아파트 옹벽이 안전한지는 아직 검증된 게 없습니다.

감사원은 사업자가 국토부의 옹벽 관련 지침(그라운드앵커 설계·시공 및 유지 관리 매뉴얼)에 맞지 않는 착공신고서를 성남시에 제출했음에도 성남시가 이를 그대로 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 결과 옹벽 파손 등에 대한 선제 대응 및 유지관리에 한계가 있고 옹벽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 아파트 옹벽과 관련해 한국지반공학회가 작성한 '공공복리(주민안전)를 위한 절토면 영구 흙막이벽구조 안전성 검증용역 결과' 보고서에는 옹벽의 구조적 안전성을 지적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사태 연구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여러 자료와 현장을 조사한 결과 붕괴 위험이 매우 높은 취약 지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주민 안전을 위해 정부가 나서 국내외 전문가가 옹벽의 안전성을 정밀히 조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백현동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 바로 '이것'입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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