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예금 말라붙자..예금 뺨치는 파킹통장 금리

유제훈 2022. 9. 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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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직장인 김종헌(30)씨는 그간 모은 목돈 2000만원을 모(某) 저축은행의 파킹통장으로 예치했다.

고(高)금리 기조에 '핵심 예금'으로 불리는 은행권의 저원가성 예금이 말라붙으면서 은행권이 '파킹통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이 파킹통장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는 것은 고객 락인(lock-in) 효과도 있지만, 금리 인상의 여파로 은행 예대마진의 핵심인 저원가성 예금이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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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금리 파킹통장 속속 등장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3년 차 직장인 김종헌(30)씨는 그간 모은 목돈 2000만원을 모(某) 저축은행의 파킹통장으로 예치했다. 당장 목돈이 필요한 일은 없지만, 급전이 필요할 때를 염두에 둬서다. 특히나 최근엔 파킹통장 금리 수준이 3% 안팎까지 오르며 부담을 덜었다.

고(高)금리 기조에 '핵심 예금'으로 불리는 은행권의 저원가성 예금이 말라붙으면서 은행권이 '파킹통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부 상품의 경우 연 금리가 3%를 넘어서며 일반 예·적금 금리 수준에 도달하는 등 경쟁은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의 수시입출금식 통장인 '페퍼스파킹통장'은 연 3.2%의 금리를 제공한다. 연 3.2%의 이자를 주는 예치금의 한도는 5000만원이며, 이와 관련한 별다른 우대조건은 없다.

이외 웰컴저축은행도 '웰컴 직장인사랑 보통예금'을 통해 일부 우대조건(급여, 자동이체) 충족 시 5000만원 한도 내 연 3.0%의 금리를 제공하며, OK저축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e-읏통장'의 최고 금리를 내달 1일부터 3.3%(우대금리 적용, 1000만원 한도)로 올린다. 이는 3% 수준인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와 비교했을 때도 낮은 수준이 아니다.

시중은행들도 경쟁 대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KDB산업은행이 연 2.25%의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으로 포문을 연 가운데, 최근엔 SC제일은행이 비대면 전용 수시입출금식 통장인 '제일EZ통장'을 통해 최고 연 2.5%(최초 거래고객 대상, 6개월)를 제공하고 나섰다. 이는 고금리 파킹통장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토스뱅크 토스뱅크 통장(연 2.0%, 1억원 미만)의 금리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파킹통장 '갈아타기'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한 은행 파킹통장에 예치된 목돈을 저축은행 파킹통장으로 옮겼다는 직장인 박희영(36·여)씨는 "당장 투자할 곳은 없지만, 미래는 어찌 될 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냐"면서 "파킹통장 간 금리 차이가 1%포인트(p)까지 벌어지면서 잠시라도 (금리가 높은 기관으로) 옮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이 파킹통장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는 것은 고객 락인(lock-in) 효과도 있지만, 금리 인상의 여파로 은행 예대마진의 핵심인 저원가성 예금이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59조6808억원 전월 대비 13조6794억원 줄었다. 전월에도 직전 달 대비 36조원 감소한 바 있다.

업계에선 당분간 이런 파킹통장 금리 경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금리 인상에 따라 저원가성 예금 축소는 지속될 전망인데다, 은행채 금리 역시 점차 오름세를 타고 있는 까닭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예금·대출금리 상승 속도, 예대금리차 하락은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예상보다 과도하게 진행되면서 예측 범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면서 "이는 금융안정 위험이 예상보다 더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목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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