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最古) 문자'..알고 보니 유성펜 자국

2020년 출토된 야요이 시대 벼루 글자
기존 발견보다 200~300년 앞선 것으로 기대했으나 먹 아닌 펜 성분
정리 작업 중 라벨 등에서 전사했을 가능성 ↑

검정 글자 자국이 남아 있는 다와야마 유적 출토품 사진=오카미 선임 연구원 촬영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일본 최고(最古)의 문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야요이 시대(조몬 시대 이후 기원전 3세기~기원후 3세기) 중기 유물의 글자가 검사 결과 먹물이 아닌 시판 유성펜 성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외신들은 2020년 학회에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시마네현 마쓰에시 다와야마 유적 출토품의 글씨를 성분 분석한 결과, 시판 유성펜과 성분이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글씨가 쓰여있던 출토품은 1997~2000년 진행된 발굴 조사에서 나온 길이 9㎝, 폭 7.5㎝, 두께 1.5㎝ 석제품으로, 연구원들은 먹을 갈아 으깬 사용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벼루로 추측했다.

더군다나 뒷면 중앙 부근에 두 개의 검고 희미한 선이 보이는데 2020년 후쿠오카시 매장문화재과 구즈미 다케오 주사는 이를

기원 전후의 예서체로 보고 '자(子)' 등 문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학회에서 발표했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이는 기존 일본 최고의 문자보다 200~300년이나 앞선 것이라 당시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으며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었다.

그러나 나라현립 가시하라 연구소 소속 오카미 도모노리 선임 연구원이 글자의 화학 조성 등을 분석한 결과 이는 먹이 아닌 시판 유성펜 성분인 것으로 드러나, 정리 작업 중 라벨 등의 유성 펜 글씨가 전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오카미 연구원은 이와 같은 성분 분석 결과를 10일 지바시에서 열린 일본 문화재과 학회에서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앞서 '최고 문자 가능성'을 주장했던 구즈미 주사는 "과학적 분석 결과이므로 반박할 수 없으니 당시의 견해는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출토품을 소장 중인 마쓰에시 매장 문화재 조사과는 "가장 오래된 문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안타깝다"면서도 "전사가 원인이라면 시도 (출토품 관리에 대해)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