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FC '현라탄'의 180도 가위차기 극장 동점골
[심재철 기자]
▲ 김현 선수 |
ⓒ 수원FC |
김도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FC가 한가위 오후 7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2 K리그 1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에서 키다리 골잡이 김현의 극장 동점골에 힘입어 2-2로 비겨 강원 FC(승점 42)와 승점 1점 차 7위(수원 FC 승점 41) 자리에 서서 남은 두 게임 일정을 통해 상위 스플릿(파이널 A) 한 자리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즐라탄 '김현'의 극장 골, '7월 10일'을 떠올리다
때마침 한가위에 중요한 게임 일정을 배정받은 팀들이 약속한 듯 신나는 골잔치를 이어나갔다. 오후 2시에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시작된 게임부터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갈 길 바쁜 대구 FC를 상대로 5-0의 대승을 거뒀고, 같은 시각 김천 게임도 어웨이 팀 제주 유나이티드가 2-1로 이겼다. 이어 4시 30분에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이어진 게임에서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는 20살 양현준이 2골을 터뜨린 강원 FC가 꼴찌 성남 FC를 4-0으로 크게 이겼다. 거짓말처럼 게임 당 4골, 모두 어웨이 팀의 승리 기록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한가위 저녁 마지막 일정으로 벌어진 FC 서울과 수원 FC 게임이 앞서 열린 3게임 기록을 깨뜨리는 것처럼 홈 팀이 2-1로 승리 기운을 굳히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 나타나지 않는 한 FC 서울이 1골 차 리드를 지켜내 파이널 A를 눈앞에 둘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 반전 드라마가 초록 그라운드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공지된 추가 시간 4분을 57초 정도 남겨놓고 어웨이 팀 수원 FC 선수들이 믿기 힘든 연계 플레이로 보름달만큼이나 아름다운 극장 동점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골잡이 라스의 헤더 백 패스를 받은 미드필더 무릴로가 그 공을 떨어뜨리지도 않고 기막힌 로빙 패스를 앞으로 보냈다. 여기서 김현의 유연한 180도 터닝 가위차기 골이 터져나왔다. 바로 옆에 FC 서울 수비수 이상민이 있었지만 김현의 위치는 온 사이드였고 중심을 최대한 낮춰 오른발 터닝 발리슛을 골문 왼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키다리 골잡이 김현의 별명 '현라탄'(한국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이 너무 잘 어울리는 순간, 후반전 추가 시간 3분 3초에 벌어진 일이었다.
1분 정도만 버티면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었던 홈 팀 FC 서울 선수들이나 안익수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 반대쪽 골문 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서포터즈 모두 입을 다물 수 없는 순간이 그들 발 앞에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이 결과는 7월 10일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두 팀이 만났던 그 게임을 곧바로 불러왔다.
FC 서울 멀티 플레이어 박동진의 헤더 첫 골(7월 10일 3분, 9월 10일 35분)부터 닮은꼴인 것도 모자라, 끝나는 순간 수원 FC 쪽의 환호성까지 흡사하게 터져나왔으니 양 팀 구성원들은 정말로 무엇에 홀린 듯했다. 7월 10일 수원 종합운동장 게임은 후반전 추가 시간에만 2골이 이어지면서 '수원 FC 4-3 FC 서울'이라는 놀라운 결과로 찍혔다. 0-2로 끌려가던 홈 팀 수원 FC가 후반전에 3-2로 게임을 뒤집은 것도 놀라웠고, 추가 시간 1분 53초에 터진 FC 서울 수비수 이한범의 헤더 3-3 동점골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 골이 반대쪽 골문으로 더 빨려들어가며 게임이 끝났다. 추가 시간 5분 중 3분 41초를 넘어가는 순간 니실라의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정재용의 헤더 극장 결승골(곽윤호 헤더 도움)이 터진 것이다. 점수판이 '0-2(50분) → 3-2(74분) → 3-3(90+2분) → 4-3(90+4분)'으로 바뀌는 모든 순간들은 K리그 역대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기억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두 달 전 바로 그 게임만큼은 아니지만 2-1 점수판이 45분부터 90+3분까지 꽤 오래 이어졌으니 이번 게임 홈 팀 FC 서울이 두 달 전 악몽을 씻어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수원 FC 앞에서 뒷심 부족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원 FC의 후반전 공격 양상은 F4(라스-이승우-무릴로-김현)가 매섭게 주도했다. 여기에 시즌 중 경남 FC에서 데려온 공격형 미드필더 장혁진까지 가세했으니 FC 서울이 승점 3점을 모조리 가져가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낸 셈이었다.
오늘까지 결과를 두고 상위 3팀(울산, 전북, 포항)이 파이널 A를 확정했으니 이제 남아있는 정규 라운드 두 게임씩 일정으로 4위 인천 유나이티드 FC(승점 47)부터 8위 FC 서울(승점 38)까지 다섯 팀이 파이널 A와 B의 경계선에서 양보 없는 순위 싸움을 펼칠 것이다.
이제 7위 수원 FC는 오는 13일(화) 오후 7시 10위 김천 상무를 홈(수원 종합)으로 불러들이며, 8위 FC 서울도 같은 날 오후 7시 30분 6위 강원 FC를 홈(서울 월드컵)으로 불러들인다.
2022 K리그 1 결과(9월 10일 오후 7시, 서울 월드컵경기장)
◇ 2022 K리그 1 현재 순위표 |
1 울산 현대 62점 18승 8무 4패 45득점 26실점 +19 2 전북 현대 55점 15승 10무 6패 43득점 29실점 +14 3 포항 스틸러스 48점 13승 9무 8패 42득점 32실점 +10 4 인천 유나이티드 FC 47점 12승 11무 7패 38득점 31실점 +7 5 제주 유나이티드 45점 12승 9무 10패 42득점 37실점 +5 6 강원 FC 42점 12승 6무 13패 45득점 45실점 0 7 수원 FC 41점 11승 8무 12패 49득점 50실점 -1 8 FC 서울 38점 9승 11무 11패 37득점 39실점 -2 9 수원 블루윙즈 33점 8승 9무 13패 30득점 38실점 -8 10 김천 상무 31점 7승 10무 14패 37득점 38실점 -1 11 대구 FC 31점 6승 13무 12패 35득점 48실점 -13 12 성남 FC 24점 6승 6무 19패 29득점 59실점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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