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팀 분석실] 오시멘 공백 대체 위한 나폴리의 연속 실험.. 답은 찾지 못했다

김정용 기자 2022. 9. 1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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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모 라스파도리(나폴리).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주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코모 라스파도리를 선발로 투입한 나폴리의 실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라스파도리가 선제결승골을 넣긴 했지만 포지션을 바꾼 뒤였다.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2022-2023 이탈리아 세리에A 6라운드를 치른 나폴리가 스페치아에 1-0으로 승리했다. 나폴리는 4승 2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김민재가 컵대회 포함 6경기 연속 풀타임 활약 이후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에겐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경기였다. 주전 스트라이커 빅터 오시멘이 부상으로 한 달여 결장하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최전방 공격수로 전문 스트라이커 조반니 시메오네가 아니라 원래 섀도 스트라이커인 라스파도리를 기용했다. 둘 다 이번에 영입된 공격 자원인데, 시메오네는 앞선 리버풀전에서 나폴리 데뷔골을 넣은 반면 라스파도리는 아직 파괴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라스파도리는 172cm에 불과한 단신에서 볼 수 있듯이 몸싸움 능력은 거의 전무한 선수다. 대신 기민한 연계 플레이로 동료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도 슛을 날리는 능력이 있다. 또한 전방 압박도 성실한 편이기 때문에 상대 빌드업을 방해하고 나폴리의 속공 기회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경기는 초반부터 라스파도리의 장점을 살리기 힘든 방향으로 전개됐다. 나폴리 공격을 주도한 건 언제나처럼 왼쪽 윙어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였는데, 이 선수는 공격수와 2 대 1 패스를 하기보다 직접 측면을 허물고 슛이나 크로스를 날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라스파도리가 할 수 있는 건 크바라츠헬리아의 슛 이후 혼전 상황이 벌어졌을 때 '주워 먹을' 기회를 노리는 것뿐이었다.


라스파도리의 특기가 처음 나온 장면은 전반 34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을 몰고 스페치아 수비수를 잔뜩 유인한 뒤 문전으로 침투하는 동료에게 절묘하게 공을 내준 것이었다. 엘리프 엘마스를 거쳐 크바라츠헬리아의 슛이 수비수 머리에 맞는데 그쳤지만 좋은 패스였다.


나폴리의 네 번째 교체였던 후반 22분 크바라츠헬리아 대신 조반니 시메오네가 투입되면서 라스파도리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 최전방을 시메오네에게 맡기고, 라스파도리가 왼쪽 윙어로 이동했다. 미드필더로 문전 침투 능력이 좋은 피오트르 지엘린스키와 엘리프 엘마스(후반 30분 비슷한 역할인 잔루카 가에타노로 교체)가 동시에 뛰고 있었기 때문에 라스파도리가 패스를 주고받기 좋은 조합이었다.


이론상 잘 맞는 옷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감이 적었던 라스파도리는 후반 36분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 온 패스를 받아 모처럼 노마크 슛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 지역 가장자리였다. 하지만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급하게 논스톱 슛을 시도하다가 공이 높게 뜨고 말았다. 스팔레티 감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반 40분 가에타노가 찍어 차 준 패스를 받은 라스파도리가 컷백 패스를 제대로 넣지 못해 골키퍼에게 걸렸다. 이처럼 상대 문전 근처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동료와 공을 주고받는 것이 라스파도리의 특기지만 나폴리 이적 후 영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라스파도리는 두 번째 완벽한 기회는 놓치지 않고 마무리했다. 후반 44분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의 롱 패스를 받아 이르빙 로사노가 오른쪽 측면을 허물었다. 땅볼 크로스를 받은 라스파도리가 오른발을 잘 대 골문 구석으로 찔러 넣었다.


득점 상황을 보면 역시 시메오네가 최전방에 있고 라스파도리가 섀도 스트라이커 또는 왼쪽 윙어 자리에서 약간 쳐져 골을 노릴 때가 위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최전방에 있는 시메오네의 파괴력은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시메오네는 리버풀 상대로 나폴리 데뷔골을 넣긴 했지만 사실 투입될 때마다 위력이 떨어졌다. 이날도 후반 22분 투입됐는데 슛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라스파도리에게 어울리는 위치는 2선이지만 최전방의 적임자가 없어 전진 배치시킨 것이 이날의 실험이었다.


결국 스팔레티 감독은 경기 중 전술 변화로 골은 만들어냈지만, 최전방에 누굴 세워야 하는지 고민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앞으로 세리에A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경기가 숨 가쁘게 이어질 예정이라 최선의 조합을 빨리 맞추는 게 중요하다.


※ 김정용 취재팀장이 연재하는 분석 칼럼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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