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오세훈, 다 때린 홍준표, 날 세운 유승민..빅샷의 속내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사태 및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난조 등이 겹치면서 여권의 추석 분위기는 여러모로 뒤숭숭하다. 하지만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짝 떨어져 다음 행보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여권의 빅샷들이다.
정치 현안 로키 대응, 시정 집중하는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은 추석을 앞둔 5~6일 태풍 힌남노 대응을 위해 서울시청에서 철야 근무를 했다. 지난달 8일 서울 강남 등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던터라, 태풍을 앞두고 시청에 긴장감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오 시장은 최근 정치 현안에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로키(low-key)로 대응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국민의힘 내홍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안타깝다”는 짤막한 답변을 한 게 전부다. 다만 여당 의원들과 종종 식사를 하는 등 여전히 여의도 정치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 시장은 이 전 대표 징계 국면에서는 몇 차례 입장을 냈다. 당 윤리위의 징계안 처리를 앞둔 7월 “이 대표가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지난달 18일에는 “(이 전 대표에게) 조금 참아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당분간 여의도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울시정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 측은 “부동산 정책 및 안심소득 사업 진행 등 서울시의 당면 과제에 집중하면서 시민들과 접촉점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감한 훈수 정치 이어가는 홍준표
홍준표 대구시장은 물리적으로 중앙 정치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최근 여당 상황에 대해 웬만한 의원들보다 입장을 더 많이 내고 있다. 자신이 만든 청년 플랫폼 게시판인 ‘청년의꿈’에도 거의 매일 들러 게시글을 올리고 짤막한 댓글을 단다.
그는 국민의힘의 새 비대위 전환 시도에 대해서 지난달 1일 “왜 꼼수에 샛길만 찾아가려고 하는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를 겨냥해서는 지난달 5일 “사사건건 극언으로 대응하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성숙해서 돌아오라”고 꼬집었다. “한쪽(친윤계)은 오래된 성추문으로 공격하고, 다른쪽(이준석)은 되지도 않는 응석과 칭얼거림으로 대응한다”며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홍 시장의 ‘훈수 정치’는 김건희 여사도 피해 가지 못했다. 홍 시장은 “정치한 지 26년이 됐는데 영부인 팬카페가 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며 “그런 카페는 윤 대통령과 국민을 멀어지게 하고 나라를 어렵게 할 뿐이니 해산하라”고 꼬집었다.
이런 홍 시장을 두고 여당 중진의원은 “대권 도전의 꿈을 접지 않은 홍 시장이 중앙 정치 이슈만 터지면 몸이 근질근질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尹 작심 비판, 존재감 부각하는 유승민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연일 작심 발언을 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직후 “이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본인”이라며 “대통령의 생각, 말, 태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의총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재징계 촉구, 새 비대위 전환 등을 결의했을 때는 “국민과 민심에 대드는 한심한 짓”이라며 “이 당에 의인 10명이 없단 말이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비대위 탄생의 원인은 대통령의 ‘내부 총질, 체리 따봉’ 문자”라며 “본인의 문자로 이 난리가 났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며 배후에서 당을 컨트롤하는 것은 정직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한 처신”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 전 의원은 지난해 대선 경선 패배, 올해 경기지사 경선 패배 등으로 벼랑에 내몰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 위기 속에 존재감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다. 유 전 의원 스스로 출마 의지를 밝힌 적은 없지만, 복수 여당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르며 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는 ‘유승민 당대표론’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당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을 비토하는 내부 안티 여론이 숙제”라고 지적했다.
여권 안팎에서 잠재적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최근 일부 민주당 강성파 의원들은 한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5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탄핵을 발의한다면 절차 내에서 당당히 임하겠다.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현역 의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시선은 먼 대선보다는 가까운 전당대회를 향해 있다. 국민의힘이 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안 의원은 “새 비대위 구성은 옳지 않다”고 튀는 목소리를 냈고, 한때 가까웠던 친윤계 의원들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차기 전당대회 시점이 결정되면 안 의원이 적절한 시점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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