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우유 가게가 깜찍한 안식처가 되기까지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스웨덴 말뫼. 이곳에 속한 슬롯스타덴(Slottsstaden) 지구는 ‘지팡이 땅’이라는 뜻의 케파스탄(Ka¨ppastan) 녹지대로 잘 알려져 있다.
알바 알토와 폴 헤닝센이 견인한 기능주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건물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본떠 지은 이름. 동네의 활기를 책임지는 건 마당에서 뛰노는 반려견과 건물 1층마다 들어선 작은 상점들이다. 리모델링 건축사무소 뷔그파브리켄(Byggfabriken)에서 일하는 90년생 힙스터 에드비나 베리(Edvina Berg)는 1946년, 건축가 모겐스 모겐센(Mogens Mogensen)이 설계한 뒤 오랫동안 우유 가게로 사용된 공간을 개조해 살고 있다.
“동네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을 때도 독특한 구조를 지닌 이 건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우유 가게터와 반 층 위에 자리한 원룸형 공간을 터서 이으면 정말 특별한 집이 탄생할 것 같았죠.” 결과는 대만족. 거실과 침실이 있는 1층과 부엌, 화장실이 자리한 1.5층을 잇는 조립식 계단은 흔치 않은 인테리어 포인트가 됐다.
하지만 난관은 계속됐다. “침실에서 악취가 올라오더라고요. 배수관 수리 전문가를 불렀는데도 원인을 찾지 못했죠. 어느 날 마룻바닥에서 반지 모양의 얼룩을 발견하고 타일을 뜯어보니 낡은 배수구가 ‘짠’ 하고 나타나더군요.” 다행히 에드비나는 돌파구를 찾는 걸 즐기는 쪽이다.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수리하고 조립하는 모든 과정이 그에게 창조적인 라이프스타일처럼 느껴지니까.
“그날의 기분과 우연히 받은 영감에 따라 매번 집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맨 처음 강아지 인형과 꽃무늬 화병 등으로 빈티지하게 꾸몄던 집은 에드비나의 기분에 따라 차분한 자연주의자의 집이 되기도, 갤러리처럼 미니멀한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요즘은? “요즘의 저는 위트와 유머를 추구하는 사람이거든요. 재미있는 아이템을 이것저것 놓고 보니 부조화 속의 조화가 피어나는 것 같아요.” 남다른 패션 감각과 컬러 매치 능력의 소유자인 에드비나는 명확한 도색 플랜 없이도 새파란 ‘클라인 블루’색 벽과 청포도색 벽, 황갈색 마룻바닥이 신선한 색 조합을 뽐내는 지금의 인테리어를 뚝딱 완성했다.
“부엌은 ‘새똥색’으로 칠하고 싶었어요(웃음). 핑크색 책 선반은 왠지 파란 벽 앞에 두고 싶었고요.” 평소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화가인 친언니가 그린 우아한 여인이 시선을 붙잡는 다이닝 룸. 스칸디나비아식 홈메이드 요리를 만끽하는 곳이자 사무실이나 와인 바로도 애용되곤 한다. 모퉁이 크기에 맞춰 아기자기하게 꾸민 침실과 욕조가 딸린 욕실 역시 휘게 라이프를 누리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
아랫집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1층이라는 점과 벽이 두툼하게 설계된 덕분에 밤에도 마음 편히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에드비나가 한층 자유롭게 집을 향유하도록 만들어준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지고 매끈하게 재단된 공간에서 느끼는 행복은 왠지 잠시 빌린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반면 하나하나 내가 구상하고 선택해서 완성한 구조와 디테일로 채운 공간에 있으면 ‘이게 진짜 내 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서툰 흔적도, 이유 없는 변덕도 전부 나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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