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과연 쇄신할 수 있을까.. 이재명 지도부에 주어진 '혁신의 키'
탕평, 민생 정치 이뤄내야
'사법리스크 딜레마' 여전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대선, 지선에서의 연이은 실패를 겪은 더불어민주당은 쇄신과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당은 또다시 리더의 자리를 맡겼다. '쇄신의 키'가 오롯이 이 대표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그는 과연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① '탕평' 외쳤지만 여전히 '친명' 지도부
지난 6일 출범 9일차를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새 지도부 구성이 완료됐다. 이날 오후 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선숙 변호사와 서은숙 부산시당 위원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각각 호남과 영남 몫의 지명 인사다. 앞서 전날인 5일 민주당은 호남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박구용 전남대 교수를 지명했으나, 박 교수는 지명 당일 저녁 사의를 표했고 재선임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선을 두고 지도부가 '탕평'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당선 전부터 당내 통합을 고려한 탕평 인사를 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실제 인선 결과는 '친이재명계'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다.
호남몫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임 변호사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욱 전 대변인의 배우자다. 서 위원장은 8·28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 캠프의 부산 책임자를 지냈던 인물이다.
다른 주요 당직도 마찬가지다.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에 임명된 김병욱 의원과 미래사무부총장에 임명된 김남국 의원, 전략기획위원장인 문진석 의원 역시 '7인회' 멤버다. 그외 조직사무부총장인 이해식 의원, 사무총장인 조정식 의원, 정책위의장인 김성환 의원 등 대부분이 '범이재명계'로 분류될 수 있는 '이해찬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면면도 친이재명계가 대부분이다. 최고위원 5명 중 '친문재인계'인 고민정 의원을 제외하고, 정청래·박찬대·서영교·장경태 의원이 모두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② 반복되는 '개딸정치'이재명 지도부에서는 또다시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팬덤 정치'의 행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달 간의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우 전 위원장은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를 엄격히 금지시키겠다고 밝히고,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지지층이 요구해 온 '당사 개방'을 공식화 했다. 지난달 31일 이 대표는 당원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당사 내 '당원존' 설치, 전자당원증 도입, 당직자 업무연락처 공개 등을 지시했다. 이같은 내용은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올라온 요구 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당이 당원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을 나쁘게만 바라볼 수 없지만, 일부 강성 지지층들의 요구만 수용할 경우 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 특히 과도한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다짐했던 '쇄신과 혁신' 또한 실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두고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께서는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이른바 개딸 팬덤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이재명 대표의 대권 지지율은 20%, 전당대회 지지율은 78% 정도다. 민심과 당심이 무려 4배나 차이가 난다. 이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집권은 불가하다. 전당대회도 끝났으니 이제는 팬덤의 좁은 우물에서 탈출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③ 호남 민심 되찾아올 수 있을까
이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호남 지지율' 역시 새 지도부가 혁신해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호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 지역'으로 꼽혔지만 연이은 선거 실패 이후 호남 지역 당원들의 지지세도 약해졌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 당시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율은 전북 34.07%, 전남 37.52%, 광주 34.18%로, 절반에 채 미치지 못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도 광주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대선 이후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민심이 무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지난달 22일 이상민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그 동안 당을 전통적으로 뒷받침해 왔던 당원들이나 온건한 생각을 갖고 있는 당원들이 뒷전에 밀려나고 있다”며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된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절박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면 절박성과 간절함을 갖고 당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하는데, 이번 전당대회가 그런 계기로 활용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첫 지역 행보로 광주를 찾아 대선 공약이었던 '광주공항 군 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 추진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호남 구애'를 강조하며 '광주 복합몰' 추진 등 지역 개발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지지층 확보를 위해선 가시적인 정책과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④ 그럼에도 '민생', 사법리스크 딜레마
야당이 된 민주당으로서 이 대표가 구체화된 민생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안정적인 행정 능력으로 평가받아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 직후 경찰국 설치, 만 5세 취학 연령 등 잇따른 정책 추진으로 비판을 받아온 상황에서 야당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실제 이 대표는 '유능한 민주당'을 강조하며 민생 정책에 대한 포부를 재차 밝혀왔다. 다만 최근 검찰이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당 전체가 사법 리스크 방어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민생 이슈가 후순위로 밀리는 딜레마 역시 그가 극복해야 할 난제로 떠올랐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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