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尹 5년이 마지막 기회..'담대한 제안' 할 수도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둔 8일 북측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했다.
권 장관은 이날 담화에 이은 질의응답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병행되는 문제"라며 "두 개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위해 북한이 거절할 수 없는 통 큰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산가족 1세대의 고령화와 기대수명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의 임기 5년이 이산가족 상봉의 '마지막 기회'라는 이유에서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중앙일보에 "정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위한 '담대한 대북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이산가족의 전면 생사확인, 대면·화상 상봉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장관은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특별한 유인책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인도적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군사적인 상황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지원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게 정부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과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상황을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한 만큼 윤 대통령과 충분한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 66%가 80대 이상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한 이산가족 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3만 3654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생존자는 4만 3746명으로 약 32.7%에 불과하다. 2016년을 기점으로 이산가족 사망자 수가 생존자를 초월했고, 사망률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최초로 민간까지 올스톱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대면 상봉은 2018년 11월 이후에 중단된 상태다. 민간 차원까지 범위를 넓혀도 2019년 7월이 마지막 상봉이다. 남북관계 교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2020년 이후 현재까지 대면·화상 상봉은 물론 정부·민간 차원의 생사확인도 전무했다. 1985년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시작한 이후 민간 차원의 상봉조차 없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상봉 제의는 상시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산가족은 인륜과 천륜의 문제로 시급하게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의 기대와 달리 이산가족면회소가 위치한 금강산 관광지구 내 주요 남측 시설을 해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인도주의 사업에 현재 호응할 이유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고 태풍과 강우 후유증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인도주의 사업의 특성상 일희일비하지 말고 일관된 의지를 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와 함께 북한을 끌어내야"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1세대의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적 과제로 전면적인 생사확인을 꼽는다
정부는 대면 상봉을 위한 노력과 함께 1세대 이산가족의 사후를 대비한 중장기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5월 '남북 이산가족법'을 개정해 이산가족의 가족관계 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는 조문을 신설했는데, 이를 근거로 정부는 2020년까지 6만2325건의 혈액·타액·모발 등 유전자 검체를 조사했다. 또 2017년 말 남북 이산가족 디지털 박물관을 개관해 운영해왔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산가족 문제는 정치와 이념을 떠나 기본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 맺힌 이산가족의 슬픔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므로 북한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전향적인 자세로 호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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