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나자더니 檢수사에 강공태세..이재명에 이회창 보인다 [추석이후 정국]
대선에서 0.73% 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취임한 뒤로 여야가 정면 대결로 치닫고 있다. 검찰이 지난 1일 이 대표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소환을 통보하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고발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면서 강공으로 맞불을 놓았다.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던 이 대표의 무게 중심도 ‘협치’보다는 ‘대여 투쟁’으로 옮겨갔다.
전당대회 기간 당헌 개정 등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던 민주당 내부도 이 대표 중심으로 결집했다. 비이재명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야당 대표를 무리하게 흔들어대고 있는 이런 모습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고,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에 날을 세웠던 박용진 의원도 “(검찰이) 김건희 여사 수사는 거의 하지 않는 데 반해, 민주당과 이재명을 향해 수사의 칼날을 들이미는 건 전광석화”라고 꼬집었다.
야권에선 “검찰 수사가 급발진하면서 진영 결집이 다시 이뤄졌다”는 자체 평가도 나온다. 맥없이 패했던 6·1 지방선거와 달리, 야당 지지층이 재결집하면서 박빙 정국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재명의 민주당’이 1998년 이회창 전 총재가 이끌던 한나라당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한나라당은 ‘다수 의석’과 ‘힘 있는 야당론’을 앞세워 검찰의 야권 겨냥 수사에 맞섰고, 김대중 대통령과 수차례 영수회담을 끌어낸 끝에 2년 뒤 총선에서 승리했다.
수락 연설서 영수회담 제안…檢 수사에 강경 선회
이는 1998년 8월 31일 이 전 총재의 한나라당 전당대회 수락 연설과 똑같다. 당시 이 총재는 “국익과 민생을 외면한 소모적인 대결 정치를 끝내고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인 정치를 펼치겠다”면서도 “힘 있는 야당, 새로운 정치를 추진하겠다. 내일이라도 김대중 대통령과 만나 여야를 떠나 진지하게 국정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영수회담을 제안한 야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계기로 강경 투쟁 노선으로 돌아선 것 역시 비슷하다. 1998년 검찰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일부터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 핵심인사들을 줄줄이 출국 금지하고 소환 통보했다. 대선 자금 수사 명목이었다. 그러자 이 전 총재는 장외투쟁으로 맞불을 놓았다. 최근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같은 대정부 전면전을 개시한 것 역시 검찰의 소환 통보가 계기였다.
24년 전 이회창 전 총재의 ‘강한 야당’은 결과적으로 2년 만의 총선 승리로 이어졌다.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273석 가운데 133석(48.7%)을 차지해 원내 1당이 됐다. 지지층 결집에 성공한 이 전 총재는 김대중 정부 동안 모두 7차례나 영수회담을 했다. 진영은 정반대지만, 이 대표 취임 이후 본격화된 ‘힘 있는 민주당’ 노선에 대한 야권 내 기대감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의 수도권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 진영 결집이 시작됐다”며 “우리 당이 윤석열 정부와 대등한 위치에서 민생 이슈를 주도하면, 국민 지지를 다시 회복해 2024년 총선 승리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도 맹점이 있다. 이 전 총재의 경우 김대중 정부 5년 내내 강경 노선을 고집하다, 정작 자신이 다시 출마한 2002년 대선에선 또 낙선했다. 그는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좌·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층, 이른바 중도층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데, 나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강경 노선으로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더라도, 중도층을 견인하지 못하면 5년 뒤 정권 탈환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무작정 강경 일변도로 갈 순 없을 것”(친이재명계 핵심 의원)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선택이 무엇일지는 28일 그가 직접 연단에 오르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힌트를 얻게 된다.
오현석 민주당 반장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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