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은 4억 떨어졌다, 2030 영끌족 비명..결국 2년 전 집값

김원 2022. 9. 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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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실거래가가 약 2년 전인 2020년 말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영끌(대출 등을 영혼까지 끌어쓴다는 뜻) 매수' '패닉바잉(공황매수)' 등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수도권 아파트 매수 광풍이 불기 시작할 즈음이다.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해 아파트값이 다락같이 올랐는데, 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는 20억8000만원(18층)에 거래됐다. 이 가격은 2020년 12월 실거래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트리지움 전용 84㎡는 5건 거래됐는데, 조망에 따라 가격은 20억5000만~22억4500만원을 나타냈다. 9개월 뒤인 지난해 9월 이 아파트 전용 84㎡는 2020년 12월 가격에서 최대 4억원이 오른 24억5000만원(18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지난해 상승분만큼 내린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는 지난달 6일 14억8000만원(19층)에 거래됐다. 지난 7월 26일에도 14억8000만원(18층)에 팔렸다. 이 아파트 역시 2020년 11월 가격인 14억8500만원(8층) 수준까지 가격이 내렸다. 지난 4월 19억8000만원(11층)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2년 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노도강' 'GTX역'...영끌족이 올린 상승분 반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에서 20~30대 '영끌 매수'가 가장 몰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된다. 노원구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전용 84㎡)은 지난 7월 12일 2020년 12월(8억4500만~9억5500만원) 가격 수준인 8억55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또 도봉구 창동 동아아파트(전용 88㎡)는 지난달 11일 8억80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최고가(11억원)보다 2억2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며, 2020년 12월 거래된 8억5000만원(14층)과 비슷하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호재로 영끌 매수가 몰리면서 지난해 가격이 크게 오른 경기 화성 동탄, 의왕, 인천 송도 등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경기 화성시 산척동 '동탄더샵레이크에듀타운' 전용면적 84㎡은 지난달 8억원(3층)에 손바뀜했는데, 이는 2020년 10월 8억500만원(20층) 수준으로 조정된 것이다. 지난해 GTX 정차역 설치 기대감에 가격이 1년 만에 3억원 가까이 올라 9월 12억1700만원(24층)까지 치솟았지만,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도 지난달 1일 6억5000만원(7층)에 손바뀜하면서 올해 2월 최고가 12억4500만원(13층) 절반 가격 수준에 거래가 이뤄져 화제가 됐다. 이 아파트의 가격 역시 10건의 거래가 이뤄진 2020년 11월(4억5000만~6억5000만원) 최고가 수준으로 회귀했다.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센트럴자이도 전용 84㎡가 2020년 12월 한 달 동안에만 20건 거래가 이뤄지는 등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8억6000만~9억6000만원에 형성됐던 가격은 지난해 8월 13억원까지 뛰어올랐다. GTX-C 노선 인덕원역 효과였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이름을 포일자이에서 인덕원센트럴자이로 바꾸는 등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시장 한파를 비껴가지 못하고 지난 7월 9억2000만원(14층)으로 떨어졌다.


영끌 거품은 꺼졌지만..."더 떨어지진 않을 것"

(화성=뉴스1) 김영운 기자 =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최근 수도권 곳곳서 아파트값이 떨어진 지역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20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모습. 2021.12.20/뉴스1


전문가들은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벼락 거지가 된다"는 식의 추격 매수 심리가 비정상적인 아파트 구매 열풍과 거품을 불러왔는데, 최근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품이 꺼진 것이라고 진단한다. 금리 인상과 규제 등의 영향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영끌 매수' '패닉 바잉'을 주도한 20~30대의 아파트 매수 심리가 급격하게 꺾인 것도 이유다.

이자 부담을 느낀 20~30대 영끌족의 주택 매도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집합건물 매도인 중 30대 이하 비중은 지난 3월 13.31%에서 7월 16.04%까지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결국 영끌 세대가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매수했지만 가격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반영한 급매물 거래나 특수 조건 거래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런 거래 절벽에 따른 가격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다만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재 가격 조정 장세이긴 하나 급매물 수준 등을 고려하면 2년 전 가격보다 더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며 "물가 상승, 원자재값 인상 등과 정부의 정책 변화 등 변수도 많기 때문에 가격이 더는 하락하지 않고 어느 시점에서는 견고하게 버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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