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음주 '만능짤' 제가 찍었습니다.. 또다른 한 컷도 공개합니다

박현광 2022. 9. 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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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지난 12월 윤석열·이준석 '울산회동' 장면 담은 것.. 공개되지 않은 뒷이야기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박현광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2021년 12월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소위 울산회동)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다.
ⓒ 박현광
 
윤석열 대통령이 불콰하게 취기가 오른 모습입니다. 앞사람과 술잔을 내밀어 건배를 하면서도 시선은 다른 쪽을 향한 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노룩(No Look)' 건배와 불콰한 취기, 대통령의 시선을 받은 이가 공손히 술잔을 들고 있는 장면 등이 누가 '최고 권위'인지 보여주는 듯합니다. 
'만능 짤'의 탄생
 
 2021년 12월 3일 '울산회동' 당시 찍힌 사진이 밈(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창작물)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 인터넷 커뮤니티
 
위 사진을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나온 사진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 사진, 제가 찍었습니다. 이번에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 이 사진은 펨코(에펨코리아), 트위터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많은 밈(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창작물)으로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마치 공공재처럼 됐죠. 주로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있어 미숙함을 보였거나, 정부여당이 문제점을 드러낼 때 어김없이 호명되고 있습니다. 술을 좋아한다는 윤 대통령의 이미지를 풍자하면서 말이죠.

대표적으로 지난 8월 신림동 세 모녀가 참변을 당할 만큼 기록적 폭우가 내렸던 때 윤 대통령의 '귀가 대응'으로 논란이 폭발했습니다. 이때 "각하, 지금 300mm가 왔답니다"라는 말에, 윤 대통령께서 "난 500 시켰는데?"라고 엉뚱한 답을 하는 것 같은 밈이 만들어졌죠. 여기서 500은 맥주 500cc를 뜻하는 겁니다.

울산회동 그리고 술
  
 지난 2021년 12월 3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소위 울산회동)을 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석열 대선후보, 김기현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현광
 
이 사진을 찍은 건 이른바 '울산회동' 때입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12월 3일 울산의 한 언양불고기 식당에서죠. 당시만 하더라도 이준석 전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전횡을 비판하며 잠행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당 대표와 대권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갈등을 벌이는 것으로 보이자 여론이 나빠졌죠. 결국 윤 후보자는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울산으로 내려갔습니다.

두 사람의 만찬 회동이 있을 것이란 소식은 당일 오전 퍼졌습니다. 저도 부랴부랴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두 사람이 화해를 못 하고, 이 대표의 잠행이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강했습니다.

그날 만찬 자리는 저녁 7시 25분부터 9시 30분쯤까지 2시간 정도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비공개 만찬 자리엔 윤 후보자와 이 대표, 원내대표였던 김기현 의원만 참석했죠. 이때 들어간 술과 음식은 소주 2병, 맥주 9병, 언양불고기 10인분 총 24만4000원어치였습니다. 그 뒤로 술이 얼마나 더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시 극적 봉합이 이뤄지면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함께 카메라 앞에 서서 결의문을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들은 밖에서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었죠.

결과적으로 둘은 다시 의기투합했습니다. 하지만 윤 후보자와 이 대표가 직접 발표한다는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술 때문이었는데요. 붉어진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설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김기흥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부대변인과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카메라 앞에서 결의문을 낭독했죠. 

당시 현장의 취재기자만 어림잡아 20명이 넘었습니다. 사진기자와 영상기자까지 더하면 그 이상이었죠. 먼 길을 달려 울산까지 온 취재기자들은 허탈해했습니다. 건진 게 없기 때문이었죠. 기자들이 웅성대던 사이 '깜짝 발표'가 있을 테니, 안으로 들어오라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깜짝 발표 내용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한다는 것이었죠. 단, 사진기자와 영상기자는 빠지라는 단서가 달렸습니다. 술 마신 사진이 찍혀선 안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숨겨진 술병... 금지된 사진 촬영 
 
 지난 2021년 12월 3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만찬 회동(소위 울산회동)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다.
ⓒ 박현광
 
결국 취재기자들만 따로 자리가 만들어진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테이블엔 윤석열 후보자와, 이준석 대표, 김기현 의원 말고도 서범수 의원, 박성민 의원, 김도읍 의원 등 부산과 울산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과 '이준석 사단'으로 불리는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 김용태 최고위원이 앉아 있었습니다. 참, 정갑윤 당시 국민의힘 울산시장 예비후보도 있었습니다. 이분이 사진 속에서 윤 후보자 바로 옆 뒤통수만 나온 분입니다.

기자들은 테이블 주변으로 둥글게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펼친 뒤 깜짝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원본 사진의 가장자리를 보면 기자들의 켜진 노트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아이고, 민망해라. 이것들 좀 안으로 넣어야겠다"라고 말했고, 다 같이 빈 술병과 아직 개봉하지 않은 술병들을 테이블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최근 불판 구멍 아래 '숨겨진 술병'이 화제가 됐는데, 나중에 먹으려고 일부러 숨겨둔 게 아니라 기자들이 들어오자 '민망해서' 테이블 안으로 밀어 넣은 것이었습니다. 

당시 놀라웠던 건 기자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술자리 참석자들은 건배를 수차례 이어갔다는 겁니다. 사실 취재기자로서 좀 황당했습니다. 당시 윤 후보자는 부적절한 술자리 논란으로 고생을 좀 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술과 가깝다는 이미지를 탈피하려고도 노력도 했었죠. 근데 기자들이 들어왔는데도 술을 계속 마시다니 고개를 갸웃하게 했습니다. 기자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기록해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찍었던 겁니다. 이 사진은 세상에 공개되지 못할 뻔 했습니다. 당시 이준석 대표의 수행팀장이 "사진 촬영하시면 안 됩니다"라며 사진 촬영하던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사진을 지우는 것까지 확인을 했거든요. '검열' 전 눈치껏 카카오톡의 '나와의 채팅'으로 사진을 전송해, 사진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날 찍었던 사진은 곧바로 기사에 반영하지 않았고, 두 달 후 다른 기사에 첨부했습니다(관련 기사 '끊이질 않는 윤석열의 폭탄주·방역수칙 위반 논란' http://omn.kr/1x94n ). 이때 처음 공개된 사진이 지금까지 밈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사진 촬영을 금지했는데, 왜 굳이 사진을 찍었느냐고 비난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그 당의 대표 그리고 지도부에 해당하는 정치인들이 모인 자리의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건, 오히려 언론 통제에 해당하는 거 아닐까요? 

이준석의 예고된 미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2021년 12월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소위 울산회동)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다.
ⓒ 박현광
 
역설적인 건, 그날 사진 촬영을 통제했던 이준석 대표 측은 윤 대통령과 갈등 구도를 맞고 있는 지금에 와선 해당 사진의 '밈' 유행에 흡족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저 또한 이 사진을 들여다볼 때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한때는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이들이 지금은 서로 갈려져 으르렁대고 있으니까요.

내친 김에 당시 현장의 사진을 하나 더 공개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진을 볼 때면 이 대표의 미래를 예견하는 장면 같아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세히 보면, 당시 윤 후보자가 잔을 맞부딪힌 뒤 술을 마시지 않고 한마디 하고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종종 있는 경우죠? 보통 조직의 우두머리가 한마디 할 땐 다들 눈치껏 술잔을 멈추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난 뒤에야 함께 술을 마십니다. 

이 대표를 보시면, 그러든 말든 혼자 마시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눈치'를 좀 살펴야 했던 걸까요. 그런 맥락에서 이 장면을 보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다들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듯한 현 여당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해서 말이죠.

제가 찍은 사진이 이처럼 많이 활용될 줄은 몰랐습니다. 가끔 신랄한 정치풍자에 사용되는 걸 볼 땐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도 '자유로운 정치 풍자는 권리'라는 취지로 이야기 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제 사진을 밈으로 많이 활용해주시면 사진을 찍은 기자로서 뿌듯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수해 복구로 힘든 분들도 많지만, 어려움 이겨내고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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