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좌장 권성동, 원내대표 자진 사퇴.."리더십 위기, 당대표 징계로 촉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집권여당의 원내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권 원내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 좌장으로 평가받는 인사다. 지난 4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윤석열정부 첫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정확히 5개월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 메시지 노출로 국민의힘이 극심한 내홍을 겪자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친윤 ‘투톱’으로 불렸던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모두 2선으로 후퇴하면서 여권 내부 권력지형도에 어떤 변화가 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 뜻을 굳힌 지 오래됐지만 이제서야 뜻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고 자진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헌·당규 개정과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해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면서 “사퇴가 너무 늦었다는 비판 역시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현재 당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공격의 칼날을 겨눴다.

권 원내대표는 “‘오직 민생’에 집중해도 부족한 때”라며 “그런데도 당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권 원내대표는 “현재 당의 리더십 위기는 전임 당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무마하려는 시도가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받으면서 촉발되었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지난달 26일 내린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법의 정치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에다 고향이 강릉인 권 원내대표는 강릉이 외가인 윤 대통령과 어렸을 때부터 인연을 맺은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부터 대선 때까지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우며 ‘윤핵관’ 좌장으로 발돋움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4월 8일 치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전체 102표 중 81표를 얻으며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윤심(尹心)’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됐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임기 절반을 채우지 못한 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윤 대통령 문자 노출 논란 등에 휩싸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경위야 어떻든 제 부주의로 문자가 노출된 점은 제 잘못이라고 인정하겠다”면서도 “정치인도 사생활이 있다. 문자를 (카메라) 망원경으로 당겨서 취재하는 것은 금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후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권에선 ‘윤핵관 2선 후퇴’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친윤 색깔이 옅은 인사들에게 힘이 분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 출신 인사들에게 권력의 무게추가 옮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