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이수진 깬 '사이다 한동훈'..국힘 일각선 뜻밖의 우려
요즘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보다 더 주목 받는 여권 인사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석에서 “우리 동훈이”라고 부른다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한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는 날이면 우리 존재감이 묻힌다”(재선 의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장관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그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연일 날 선 설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장관과 충돌하는 이들은 주로 민주당 내에서 강성파로 분류되거나 악연이 있는 의원들이다.
그는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과 충돌했다. 경찰에서 수사 중인 이른바 ‘제2의 N번방 사건’을 두고 이 의원이 대검찰청이 개발한 AI 불법촬영물 탐지 시스템 무용론을 제기하자, 한 장관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피해자가 검찰이 아닌) 경찰에 신고했던 건 아닌가.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받아쳤다.
두 사람의 공방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됐고,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이 의원 측은 “한 장관은 검찰과는 무관한 것처럼 답변했지만, 이는 N번방 사건에 대한 법무부 공식 사과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채널A 사건’으로 얽힌 최강욱 의원과는 감정싸움 수준의 설전을 벌였다. 지난달 2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최 의원이 검찰 문제에 대해 질의하자 한 장관은 “제 형사사건 가해자인 위원님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날을 세웠다. 최 의원은 채널A 사건 당시 한 장관을 겨냥해 ‘검언유착’이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의원은 “그런 식의 논법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기소 사건에서는 댁이 가해자고 내가 피해자”라고 반박했고, 한 장관은 “댁이요?”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장관은 김남국,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도 국회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5일 “한 장관 탄핵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당당하게 임하겠다. 평가는 국민이 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한 의원과 충돌을 빚은 이 의원과 최 의원, 김남국·김용민 의원 모두 민주당 강성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민주당 의원들과의 정면충돌도 불사하는 한 장관을 두고 여권 지지층 내에서는 “사이다 장관”이라는 호평이 나온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여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치 도장 깨기라도 하듯 민주당 강성 의원들을 코너로 모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지역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반응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및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며 대선 주자로 성장한 윤석열 대통령이 연상된다는 평가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 도전의 뜻을 밝히지도 않은 한 장관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것도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상황과 닮았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꼿꼿한 한 장관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론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정권 출범 직후와 달리, 윤 대통령 지지율이 주저앉자 한 장관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정권에 대한 싸늘한 반응이 커진 상황에서, 한 장관의 날 선 태도는 지지층에게는 시원할지 몰라도 중도층에는 피로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을 둘러싼 상황이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과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원로 인사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에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발 여론이 즉각 윤 총장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며 “반면 한 장관은 본인이 잘못 하지 않아도 정권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아질수록 행동반경이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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