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한 중진에게 '자리욕심 말라' 면박.."與, 어른이 없다"
“중진이 (어른 아닌) ‘애늙은이’가 돼버렸다.”
7일 국민의힘 다선 의원이 중앙일보에 한 얘기다. 이준석 전 대표 중징계부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까지 두 달 넘게 이어진 당내 갈등 국면에서 “중진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내 상황을 저지할 수도, 지지할 수도 없어 권성동 원내대표가 소집한 간담회에도 가지 않았다”며 “당에 어른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초·재선 그룹이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과 당헌 개정을 주도하면서 중진 그룹이 설 땅을 잃고 있다. 목소리를 냈다가 망신을 당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30일이다. 5선의 조경태 의원, 4선의 윤상현 의원, 3선의 김태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제히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당 내 대표적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관계자)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당이 새출발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전국위원장을 맡았던 서병수 의원(5선)도 당헌 개정에 협조할 수 없다며 자리를 내려놨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오히려 다수인 초·재선 그룹으로부터 “자리 욕심 내지 말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이날 의총에서 당헌 개정에 반대하며 이 전 대표를 두둔했던 하태경 의원(3선)은 회의장에 앉아있던 일부 재선 의원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한 재선 의원은 의총 직후 “안에서 조용히 있다가 밖에서 헛소리하는 양반들이 너무 많다”며 다소 격앙된 표현으로 당헌 개정에 반대한 중진들을 비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선 전체 소속 의원 115명 중 초·재선 의원이 84명(73%)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이어질 전당대회, 원내대표 경선에서 수적 우세를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당연히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중진 의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을 언로도 막혀있다. 과거 한나라당, 새누리당 시절 매주 열리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는 지도부와 4선 이상 의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대표적인 창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취임 후 연석회의는 지난해 7월 이후 단 한 번도 소집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현 전당대회 방식으로 인해 중진들이 당에서 역할을 맡기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진들은 최고위원보다는 체급이 높은 대표직에 입후보하다 보니 낙선할 확률도 높다. 결과적으로 다선들이 당직을 맡지 않다보니 당내 입지도 줄 수 밖에 없다.
PK 지역의 3선 의원은 “이 전 대표처럼 젊고 개성 있는 당 대표를 우리 중진 의원들이 다독이고 끌어안지 못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그간 당 상황을 너무 뒷짐 지고 지켜봤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 지도부 경험이 있는 중진 의원은 “권 원내대표 사퇴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차기 후보들의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지만 누구 하나 도와달라고 인사 한 번 오지 않더라”며 “정권 교체 초기인만큼 대통령실의 의중이 중요한 건 이해하지만, 의원들 선거로 뽑히는 원내대표 후보들마저 용산만 쳐다보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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