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리의 시선]최강욱·이수진 비웃지 마라

안혜리 2022. 9. 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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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이반의 핵심 주역 처럼회
국힘은 욕하면서 그대로 따라해
이대론 다음 총선서 또 실패한다
안혜리 논설위원

최강욱이 곧 더불어민주당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던 '민변' 사법위원장이라는 배경,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자리에 앉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입시 부정용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공직기강을 스스로 무너뜨린 내로남불식 '위선',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당 대표 자격으로 얻은 '꼼수' 국회의원(비례) 배지, 수해로 사망한 피해자 관련 TV 뉴스를 배경으로 처럼회(강경 초선 모임) 소속 의원들과 함께 파안대소하는 사진을 직접 SNS에 올릴 정도로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함', 본인이 기소당한 사건의 피해자를 앞에 두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우기는 '뻔뻔함', 이 당의 주특기인 '성희롱' 발언, 여기에다 지난 5월 허위 인턴 확인서 관련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향후 정치 생명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까지. 그야말로 최강욱은 민주당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하다.

지난 2020년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대표(가운데)와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인 '처럼회' 의원들이 대전 홍수 뉴스특보를 틀어놓은채 파안대소하고 있다. 최 의원이 SNS에 직접 사진을 올렸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그런데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맹활약한 이수진 의원을 보곤 생각이 달라졌다. 최강욱은 민주당의 과거일 뿐이고, 이수진이 민주당의 현재다. 어쩌면 미래일지도 모른다. 이 당 전체가, 꼭 누구처럼 듣기 싫은 남의 말엔 귀를 막고 논리 없는 강경 발언만 일삼다 결국 정신줄마저 놓아버린 것 같아 하는 얘기다.
지금 SNS에선 지난 5월 인사청문회 때 그랬던 것처럼 술에 취한 듯 횡설수설하며 더듬거리는 말투로 한동훈 장관한테 성범죄 수사와 관련해 터무니없는 질문을 던지는 영상이 화제다. 지난달 22일 법사위에서 최강욱 의원이 한 장관을 상대로 "어딜 끼어들어""그따위 태도""이런 ㅈ" 이라던 막말만큼 반응이 뜨겁다. 당장 '취권 수진''한동훈의 특급 도우미'라는 별명이 붙었고, '국회에 음주 측정기 도입이 시급하다'거나 '질의하는 모든 의원은 도핑 테스트를 필수로 거쳐야 한다'는 말까지 쏟아진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라는 반응들이다.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술에 취한 듯 횡설수설하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끊었다. [사진 중앙일보 유튜브 캡처]

그도 그럴 것이 무논리 취권으로 한 장관을 몰아붙여 놓고는 정작 그가 "이해가 안 간다""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면 "아이고 정말" "아이! 지금 다음 질의를 계속해야 한다"면서 아예 입을 막아버렸으니 말이다. 론스타 관련 질의도 비슷했다. 최근 판정이 나온 론스타 국제 중재의 정부 측 전략과 관련해 한 장관이 몇 번이나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아닙니다. 자! 자! 자!"라며 한 장관 말을 끊고 앵무새처럼 자기 말만 반복했다. 본인이 물어놓고는 "다른 사건, 다른, 다음 질문을 할 거니까 그거는 나중에 알아서 국민한테 설득하라"며 일방적으로 문답을 종료해 버리기까지 했다. 무려 장관을 상대로 이런 막무가내식 갑질을 보여주니, 대중은 사법부 신뢰 붕괴의 원인까지 판사 출신(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인 이수진 의원한테 찾을 정도다. 오죽하면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그를 찍은 서울 동작을 주민들이 부끄럽다고 할까.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꼭 짚을 게 있다. 최강욱과 달리 이수진은 '진짜' 선출직 의원이라는 사실 말이다. 코로나 19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이 덕을 봤느니 뭐니 말이 많지만 조국 사태로 여론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황에서도 지난 총선에서 동작구민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정치 거물이자 역시 판사 출신인 나경원 대신 이수진을 택했다. 국민의힘은 이수진의 취권 질의를 보고 낄낄거리면서 동작구민 선택에 왈가왈부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동작구민의 그 시절 선택을 제대로 복기해야 하지 않을까. 기호 2번이라면 무조건 찍지 않았던 그 시절 민심을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보는 사람마저 부끄럽게 만드는 이수진이 국회의원이 된 건 그저 국민의힘의 실패였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사진 왼쪽)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의 선거 유세 모습. 연합뉴스

그랬던 국민의힘이 총선 대패로부터 불과 2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왔다. 윤핵관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극심한 내분에 휩싸인 지금도 자기 공을 내세우기 바쁘지만 결코 윤핵관이 잘 해서 이긴 게 아니었다. 최강욱·이수진의 처럼회, 그리고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친이재명 강성 당원)에 휘둘려 일사불란하게 문재인 당에서 이재 명당으로 변신하면서 오로지 문재인·이재명의 '방탄'에만 목을 맨 민주당의 실패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형국을 보니 정신줄 놓은 건 민주당만이 아닌 거 같다. 당 대표 축출 후 벌어진 비대위 사태 이후에 온갖 비합리적 헛발질을 계속하면서도 반성은커녕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민주당처럼 일사불란함만 강요하는 걸 보니 드는 생각이다.
돌아오는 2024년 총선에 동작을에서 이수진과 나경원이 다시 붙는다면, 이번엔 결과가 달라질까.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라"고 했다는 친윤 박수영 의원은 '기호 2번은 무조건 당선'이라는 부산 남구갑이 지역구라 안전한 걸까. 도로 한국당이 돼버린 지금 국민의힘으로는 어쩐지 그리 녹록지 않을 거 같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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