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넝쿨째 호박덩이가 생겨납니다

정병진 2022. 9. 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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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풍성한 수확 안겨주는 호박 농사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정병진 기자]

작년 봄 맷돌호박 모종 3주를 사다가 집 텃밭과 들녘 밭에 심었습니다. 아쉽게도 들에 심은 호박 모종 2주는 조금 자라다가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반면 집 텃밭 호박 모종은 무럭무럭 자라나 호박 오십 덩이 남짓을 안겨 주었습니다. 작년에 딴 호박 중에는 늙은 호박들도 있었습니다. 늙은 호박은 속을 긁어내고 잘라서 호박죽을 끓여 먹었습니다. 

늙은 호박에서 얻은 씨앗들을 봉투에 담아 잘 보관해 두었습니다. 드디어 호박 심는 시기인 4월이 되자 씨앗을 텃밭에 여러 개 심었습니다. 과연 잘 발아할지 궁금했습니다. 요즘 종묘상에서 파는 농작물 모종을 키워 얻은 씨앗은 심어봐도 작황이 형편없이 적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 호박 모종 밭에 옮겨 심은 호박 모종
ⓒ 정병진
종묘상에서는 다시 모종을 사도록 일부러 그렇게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고추모를 보면 그러합니다. 고추모를 사다 심어서 수확한 뒤 거기서 난 씨앗을 이듬해 심으면 잘 나지 않거나 발아되더라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그러기에 농민들은 매년 종묘상에 가서 고추모를 사야만 합니다. 

하지만 제발 호박은 안 그러기를 바라며 텃밭에 씨앗을 심었습니다. 다행히 텃밭에 심은 맷돌호박씨들은 여러 개 싹이 났습니다. 텃밭에 한 주만 심어 잘 키워도 호박을 무수히 거둘 수 있습니다. 작년에 그런 경험을 하였기에 처음에는 텃밭에 두 세 주만 심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남은 모종들이 아까워 동네 어르신에게 빌린 가까운 밭에 열 주 가량 심었습니다. 

호박 모종을 심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뭄이 심하였습니다. 특히 지난 오월에 제가 사는 지역 여수에는 한 달 내내 비가 서너 차례, 그것도 아주 조금 내렸을 뿐입니다. 그래서 밭에 심은 모종들이 말라죽지 않도록 하루가 멀다 하고 물을 주었습니다. 모종에 거름은 조금밖에 넣어 주지 않았습니다. 호박 농사가 잘 되리라고 크게 기대하진 않고서 그냥 제 힘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 호박꽃 맷돌호박꽃
ⓒ 정병진
 
▲ 호박넝쿨 밭을 뒤덮은 호박넝쿨
ⓒ 정병진
 
유월부터 장마가 시작되자 호박 줄기들은 하루가 다르게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이 떠다 주는 수돗물과 하늘에서 내린 빗물의 양분은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비만 내렸다 하면 하룻 사이 호박넝쿨은 족히 2~3m씩은 자라나는 거 같았습니다. 급기야 조금 지나자 호박넝쿨들은 밭 전체를 뒤덮다 시피하였습니다. 
더욱이 지난 6월 중순경부터는 곳곳에 호박이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세 번째 호박을 딸 때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호박이 나왔습니다. 무려 열 덩이 가량을 땄습니다. 그 많은 호박을 우리 집에서 다 먹을 순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동네 주민들에게 한 덩이씩 선물하였습니다. 그러고도 호박은 계속하여 나오는 중입니다.
 
▲ 수확한 호박 밭에서 수확한 호박
ⓒ 정병진
 
▲ 늙은 호박 오늘(6일) 수확한 늙은 호박. 지름이 37cm, 무게가 10kg에 달한다
ⓒ 정병진
 
오늘은 어린 호박 네 덩이와 늙은 호박 한 덩이를 땄습니다. 어린 호박들이 세 개쯤 더 있었지만 늙은 호박으로 키우고자 그냥 두었습니다. 오늘 수확한 늙은 호박은 지름이 37cm, 무게가 10kg에 달하였습니다. 지금껏 딴 호박 중에 가장 컸습니다. 아직 푸른빛이 남아 있지만 물가에 있는 호박이라 자칫하면 썩을까 봐 조금 일찍 땄습니다. 

옛 속담에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 들어왔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이 꼭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박 농사는 농부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하늘의 햇볕, 바람, 비를 맞고 호박 제 스스로 잘도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모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때까지만 보살펴 주면 됩니다. 혹시 초보 농사꾼 중에 밭작물에서 손쉽게 가장 풍성한 수확을 맛보려면 호박 농사를 한 번 지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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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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