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측근' 체첸 수장, 돌연 사의 표명.."미움 받고 싶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지도자가 "다른 사람들이 쫓아내기 전에 내 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카디로프는 체첸 수도 그로즈니의 호화로운 거주 공간에서 촬영한 영상을 통해 "15년간 러시아 북캅카스 체첸의 지도자였다"며 "오래 머무르다 미움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첸에는 아무리 존경하고 오래 기다린 손님도 시간을 어기지 않고 떠나야 더 좋아한다는 속담이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쫓아내기 전에 내 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퇴임 의사를 밝혔다.
카디로프가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영국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자인 새뮤얼 라마니는 그가 실제로 물러난다면 푸틴 대통령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마니는 "며칠 전 카디로프가 체첸군이 유럽 전역으로 진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던 발언과 비교하면 급진적인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에스토니아의 북캅카스 분석가인 이반 클리시치는 "카디로프가 과거에도 유사한 말을 했다. 그가 푸틴으로부터 무언가 얻기를 바랄 때 전형적으로 하는 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2004년 피살된 아흐마드 카디로프 전 체첸공화국 대통령의 아들인 카디로프는 2007년 푸틴 대통령의 지지 하에 체첸의 최고 지도자가 됐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곧바로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근위대 전투원을 전장에 파견했다.
체첸군은 용맹하고 잔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5월 폐허가 된 마리우폴을 배경으로 전투 장면 대신 장난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올려 국제사회에서 조롱을 받기도 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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