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길' 걷는다는 이재명?.."시작부터 조건이 달랐다"

나주석 2022. 9. 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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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후 당대표 출마라는 정치 궤적 유사
정치적 공백기 없이 당대표 출마
친명계로 당재편 가능성 기대
조기 등판으로 인한 정치적 비용 역시 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행보를 두고서 ‘문재인의 길’을 걷는다는 분석이 많다. 대선 패배 후 당권을 잡았고, 총선에서 승리를 대선 재수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 등이 닮았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길을 밟은 것인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재명, 문재인의 길을 밟아가나

먼저 대선 패배 후 당대표를 맡는 등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정치 행보는 실제 유사한 측면이 많다. 더욱이 두 사람 모두 유력 대통령 후보였지만 낙선했다. 더욱이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장,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등을 지내며 국정 경험을 쌓아왔다는 점도 닮았다.

이외에도 문 전 대통령은 19대 총선 승리 후 기획재정위원회에 있다 후반기에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국방위 활동은 안보 경험을 학습하기 위한 과정으로, 일종의 제왕학으로 풀이된다. 보궐선거로 후반기 국회에 입성한 이 대표는 상임위로 국방위를 선택했다.

더욱이 임기 내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대표가 됐다는 점도 닮았다. 공천권을 통해 당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데다, 인재 등용 등을 통해 대선 밑작업을 해놓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강점이다. 부동의 대선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당대표 경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쩌면 이 공천권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정치 행보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문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후 국회의원으로 남아 있다, 2015년 2월8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당권을 차지했다. 대선 패배 후 2년간 전면에 나서지 않은 셈이다. 반면 이 대표는 6월 지방선거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 8월28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대선 패배 직후 두문불출했던 기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2선 후퇴 없이 정치 전면에 줄곧 있었다.

이 차이는 매우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문재인의 길은 대선 필승 공식인가

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대선에서 패한 뒤 정치 1선에서 비껴서 있었다. 이 시기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은 당의 주류는 친문(친문재인)이지만, 당 지도부는 비주류인 김한길 전 대표(현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맡았다.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과의 합당 등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하기도 했지만, 당은 만성적으로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에 놓여 있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이 당권을 잡았을 때는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오히려 고조됐다. 특히 호남 물갈이 우려 등으로 인해 호남권 의원들이 연이어 탈당한 데 이어 안 의원마저 탈당하면서 민주당은 위기에 노출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권양숙 여사 등 참석 내빈이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 전시관' 개관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역할을 하는 이 전시관은 노 전 대통령 양력 생일(9월 1일)에 맞춰 문을 열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 문 전 대통령은 당대표 경선 때 ‘세 번의 죽을 고비’를 언급했다. 그는 "당대표가 되지 못하거나, 당을 살리지 못하거나,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전열을 정비해 총선에 승리해야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절박성을 말한 것이지만, 당은 정말 '죽을 고비'를 넘나들며 극심한 분열에 노출됐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은 당대표 임기를 반도 채우지 못한 채 김종인 박사를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운 뒤 당대표에서 물러섰다. 이후 민주당 거둔 총선 승리는 김 전 비대위원장 당시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승리에서도 민주당은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문 전 대통령과 당시 갈등을 빚었단 인사들이 탈당해 만든 국민의당이 사실상 호남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길은 문재인의 길과 다르다

반면 이 대표는 선거 패배 직후에 정치 전면에 나섰다는 차이가 있다. 당내 이 대표에 대한 반대파 등이 힘을 얻기 어려운 구조가 된 셈이다. 이런 차이로 대선 이후 이 대표는 민주당을 단단히 거머쥔 채 정국을 이끌 수 있는 지점이 확보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또 다른 점은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달리 당내 주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친명(친이재명)이 민주당의 주류로 자리잡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원래부터 주류가 아니라, 전대를 통해 새롭게 주류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일한 비명계 최고위원이라 불렸던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친문이 또 대다수가 친명이 되어 가고 있는 큰 시대적 흐름을 저희가 맞고 있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친명이 당의 주류로 부상하는 과정이 당내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표로서는 대선 이후 조기에 등판한 덕에 당권을 움켜쥘 수 있다는 점이 문 전 대통령의 정치행보와 가장 다른 지점이다. 정치적 공백기 부재는 당내 장악력이나 화제성에서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이후 정국 운영과정에서 정치력이 소진될 수 있다. 조기등판 시 막아야 할 이닝수가 늘어나면 투수가 짊어져야 할 체력부담이 느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 대선주자가 선거에서 패한 뒤 정치적 공백기를 갖는 것은 그동안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선 불복 논란 등에 휘말릴 수 있는 데다, 정부·여당과의 정면 충돌 역시 차기 대선 도전의 정치적 자산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 견제 등을 당하며 버티기에는 5년의 시간은 꽤 길다.

실질적으로 이 대표가 마주한 문제는 다음 대선까지 남아 있는 기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는 점 외에도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세 가지 고비 역시 숙제다. 이제 당대표 선출 한 고비 넘었을 뿐이고 두 고비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당개혁과 총선 승리가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법리스크 문제도 역시 이 대표가 마주한 정치적 위협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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