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갈등 제로'..조선시대 선조들의 추석 풍경은? [방방콕콕]
산소 차례 지내고 외가·친가 구분없이 제사
추석 준비도 가족이 다 함께
보수적으로 바뀐 지금의 제례문화와 달라
명절마다 가족 간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지만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은 차례 장소와 참여 범위, 역할 분담에 이르기까지 고정관념과 다르게 더 유연한 추석 명절을 보냈다.
이같은 내용은 한국국학진흥원이 최근 공개한 조선 시대 추석 풍경을 담은 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차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소에서 추석 차례를 지내면서 차례와 성묘의 이중 부담을 해소했다.
조선시대에도 친가, 외가, 처가의 구분 없이 차례를 지내며 추석을 함께 하기도 했다.
안동 예안의 계암 김령(1577~1641)은 '계암일기'에서 "먼저 외가의 추석 차례를 지낸 후 집의 사당에서 추석 차례를 올렸다"고 했다. 추석 차례에 참석하는 친족의 범위도 지금과는 달랐다. 대구의 모당 손처눌(孫處訥, 1553~1634)은 '모당일기(1601년)'에서 "오후에 조부 및 부친의 묘에서 돌아왔다. 동생 희로가 두 사위를 데리고 와서 참석했다"고 했고 김택룡은 1617년 성묘에 생질이 함께한 사실도 기록하고 있다.
추석 명절 준비를 함께 하며 모두가 행복한 명절을 보내는 데 노력한 선조들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김택룡은 '조성당 일기'에서 "조카 김형을 시켜 수록동에 있는 조부의 묘소를 벌초하고 음식을 올리도록 했다", "누이의 아들 정득의 무리가 수록동에서 벌초했다"와 같이 친가와 외가의 후손이 번갈아 산소 벌초와 차례를 맡았다. 음식 마련도 서로 도왔다. 김택용은 "포태(두부를 만드는 데 쓰는 콩)를 보냈다. 내일 누님이 선조 무덤에 가려하시기 때문이다"는 기록도 있어 형편껏 역할을 분담해 서로 도와가며 추석을 지낸 모습을 담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조선시대 추석 차례 모습이 지금과 다르게 비춰지는 것은 보수화된 제례 문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조선후기 가례의 보급과 확산으로 양반 가문에 사당이 건립되고 제례 순서 및 제사상 음식의 조리법과 배치까지 정례화됐고 여기에 신분제 동요, 재산상속 문제와 맞물려 더욱 보수화된 제례 문화가 오늘날 우리 사회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형식에 치우친 차례 문화는 명절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조상을 기리며 함께 모여 수확의 기쁨을 누린다는 추석의 의미를 되살려 가족 모두를 포용하는 추석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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